배이상헌 교사 사건은 무슨 교훈을 줄 것인가

광주·이상원 기자 2021. 1. 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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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상헌 교사의 예를 접한 교사들은 아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안전한 수업을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대충 가르치는 것'이다.
ⓒ시사IN 신선영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배이상헌 교사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수업권 침해이며,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광주의 중학교 도덕 교사 배이상헌씨는 2019년부터 교육청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아왔다.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그해 6월 학생들의 신고를 받은 교육청이 자체 조사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배이 교사는 이 과정에서 직위해제됐다. 사건을 수사해온 광주지방검찰청은 2020년 8월10일 그를 불기소 처분했다. 제기된 범죄 사실들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광주광역시교육청징계위원회(광주교원징계위) 판단은 달랐다. 12월7일 배이상헌 교사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두 기관이 상반된 결론에 도달한 ‘과정’이다. 검찰 불기소결정서와 징계위 징계의결서에는 이른바 ‘스쿨 미투’에 대응하는 두 기관의 태도가 드러나 있다. 광주교원징계위는 교사 발언에 대한 ‘학생의 불쾌감’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광주지검은 그것만으론 기소하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배이상헌 교사가 도덕 수업 중 성과 관련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나체가 나오는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보여줬다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 그림 두 점(클림트와 뭉크의 작품) 중 ‘뭐가 더 좋냐?’고 물었다 △‘위안부는 (스스로) 몸을 팔았다’고 말했다 △‘너희는 나를 식민지처럼 따라야 한다’고 했다 등이다. 배이상헌 교사는 왜곡이라고 주장해왔다. 영화와 그림은 교육 목적으로 활용했고, ‘위안부’ 발언은 비판적으로 인용했다는 것이다. ‘식민지’ 운운은 발언한 적이 없다고 했다(〈시사IN〉 제650호 ‘페미니스트 교사가 성희롱 멍에 쓰기까지’ 기사 참조).

학생과 교사 양쪽 진술을 조사한 광주지검은 배이 교사의 손을 들었다. 배이상헌 교사가 고발된 죄목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혐의인데, 고발된 사실이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억지로 음식을 먹게 하는 행위, 음란물이나 폭력물을 강제로 시청하게 하는 행위처럼 “적어도 신체적 학대행위나 유기, 방임행위와 동일한 정도의 피해를 줘야” 성립한다고 밝혔다(2014헌바266). 또한 이 행위는 “아동에 대한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검찰은 〈억압받는 다수〉를 보여준 행위를 이렇게 본다. “적절하지 않은 위 단편영화를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성교육 자료로 상영해 일부 학생에게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준 사실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도덕 교사로서 도덕 시간 성교육 수업을 하면서 성교육의 목적으로 사용하였던 점 (…) 등에 비춰보면 성학대라는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상영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적으로 종결된 사건을 두고 광주교원징계위는 왜 3개월 정직 결정을 내렸을까? 우선 징계위는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신고한 뒤 그의 대응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그가 ‘수업 배제에 불응한 것’과 ‘SNS 상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한 것’이다. 2019년 7월10일 교장으로부터 ‘성비위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통고받은 배이상헌 교사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방학까지 엿새간 수업에 들어갔다.

영화 <억압받는 다수>. 배이상헌 교사는 수업 중 이 영화를 틀어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의결서 어떤 내용이기에

배이상헌 교사와 각을 세워온 전교조 여성위원회의 양민주 위원장은 수업 배제 불응이 특히 문제라고 본다. 그는 “스쿨 미투가 시작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수업 분리는 미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수업의 잘잘못과 별개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이 있는데 (수업에) 들어간 건 사과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배이상헌 교사는 “신고 내용도 알려주지 않고 소명 기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출근하지 말라’는 말을 따를 수는 없다. 수업권 침해다”라고 주장했다.

광주교원징계위가 수업 배제 불응이나 SNS 활동만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신고한 발언 대부분을 혐의로 인정했다. “학생들의 구체적 상황 진술”이 근거였다. 예컨대 배이상헌 교사는 ‘식민지’ 발언을 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징계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발언의 전후 맥락도 살피지 않았다. 〈억압받는 다수〉 상영에 대한 징계위의 판단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혐의자(배이상헌)는 수업을 지도하는 학생 대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피해 학생들의 경우는 (영화 상영이) 불쾌했다고 표현하였으며, 혐의자의 언행이 교육적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피해 학생의 경우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꼈다.”

광주교원징계위의 징계의결서는 ‘학생이 구체적으로 상황을 진술했다면 해당 상황은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교사는 어떤 목적이든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줘선 안 된다’ ‘일부 학생이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고 한다면 해당 교사의 행위는 그르다’는 전제들이 바탕에 있다. 지속적으로 비판받아왔던 교사, 가해자 중심의 문제 처리방식을 180도 뒤집은 듯하다. 그런데 이 ‘전복’이 진보일까?

강남순 교수(텍사스 크리스천 대학 브라이트 신학대학원)는 배이상헌 교사 사건을 두고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절대주의’로 흘러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기계적 판단은 대중이 피해자를 의심하게 만들고, 결국 스쿨 미투의 진정성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 ‘생물학적 여성’이나 ‘학생’이라는 집단에 속해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의 토대라고 생각한다.

강 교수는 페미니즘의 측면뿐 아니라 교육의 관점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배이상헌 교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 뒤에는 ‘학생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이 깔려 있다. 광주교원징계위뿐만 아니라 신고 학생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지난해 교육청 장학관 면담 과정에서 학생들은 “수업 관련 자료만 보여주면 좋겠다” “교육만 받고 싶다”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남순 교수는 “불편함이야말로 배움의 시작이다. 불편함이 없는 것은 배움이 아니라 정보 축적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배우는 도덕 수업 특성상 교사의 철학은 더 면밀히 판단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20여 년간 청소년 성교육·상담을 해온 이명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소장은 성교육 현장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자위행위를 다룰 때 어떤 학생은 실용적 정보라고 보는 반면, 다른 학생은 ‘이 흉측한 걸 왜 배우나?’라고 반감을 갖는다. 후자를 ‘성적 수치심’으로 보고 처벌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사적 장소에서 이뤄진 성범죄와 수업 중 발언을 구별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여긴다.

배이상헌 교사의 예를 접한 교사들은 아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안전한 수업을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빠른 길은 교사가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게 아니다. ‘대충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배이 교사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수업권 침해이며,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그는 징계 결정에 불복하여 교원 소청심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광주·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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