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아티스트의 사적인 취향
오상원 작가와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 ‘재료(@_jaeryo)’를 이끄는 김누리는 열정적인 실험가다. 크고 작은 흙덩이를 덧대어 만든 구름 형상의 오브제인 ‘그랩 누아즈(Grab Nuage)’ 시리즈는 유약과 광물을 섞어 바르고, 저마다의 속도로 건조시키며 각기 다른 ‘누아즈(구름)’를 만들어낸다. 그가 다양한 재료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안 시리즈는 나날이 진화했다. “작업만 시작하면 재료에 무섭게 집착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돼요. 아티스트나 기획자의 고민과 철학이 느껴지는 사물에 마음이 움직이고요.” 실제로 김누리는 분더샵, 렉토, 탬버린즈 등 명확한 정체성으로 사랑받는 브랜드와 협업해 왔다. 지난해에는 파리에서 열린 자크뮈스 1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에 그의 세라믹이 포함됐고, 올해 초에는 세계적인 디자인 매거진 〈AD〉에 ‘주목해야 할 서울의 예술가들’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가 만든 그릇과 스툴, 카드홀더가 언제나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아닌, 예술품으로 소개된 것은 물론이다. 지금 이 시각, 김누리는 또 다른 도전으로 분주하다. 세라믹 주얼리를 앞세운 새 브랜드 ‘NRK Obsession’ 론칭을 앞두고 있기 때문. “은이나 브라스 같은 주얼리 소재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어요. 녹는점과 무게, 마감 처리에 따라 달라지는 질감 등 여러 가지를 실험 중이죠.” 이번에도 역시 그의 관심은 재료 그 자체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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