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엄마, 이수미의 복층 빌라

서울문화사 2021. 1.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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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훨씬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가끔 제 스스로 집안일과 가족에게 소홀하다고 느껴질 때면, 과연 작가 활동을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일을 잘해나가고, 가족의 응원을 느낄 때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나고,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요.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라는 작가는 신혼 때부터 20년 가까이 사용해온 라운지체어도 거실에 두고 아껴 쓰며, 오래된 소파는 리폼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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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가이자 조각가, 세 아이의 엄마로 촘촘하게 삶을 채워가는 이수미 작가의 마침표 없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


거실 기둥 너머로 보이는 이수미 작가. 아침 일찍 꽃시장에 다녀와 집 안 곳곳을 빛낼 장식을 준비하는 중.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훨씬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가끔 제 스스로 집안일과 가족에게 소홀하다고 느껴질 때면, 과연 작가 활동을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일을 잘해나가고, 가족의 응원을 느낄 때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나고,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요.


부부의 침실 한쪽에 이우환 작가의 작품과 임스 데스크를 두고 서재처럼 쓴다.

의외성의 아름다움 이수미 작가는 의외의 면이 많다. 홀로 작업실에서 금속을 어루만지는 고독한 작업의 순간을 즐기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땐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주도한다.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라 그저 예술을 즐기는 삶인 줄 알았는데, 직접 김장까지 하고 8인분 손님상 정도는 뚝딱 차려내는 살림 고수란다. 스무 살부터 패션모델로 활동하다 돌연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독특한 이력까지. 이수미 작가가 지닌 의외성은 에너지가 넘치고 매사에 열심인 그녀의 캐릭터에서 비롯됐다.

세 아이를 기르며 살림을 하는 15년간은 전업주부를 천직으로 알며 최선을 다했는데, 그녀의 남다른 에너지를 눈여겨보았던 인터아트채널 김양수 대표가 작가의 길을 권했다. 미국 유학 시절 꼭 조각가가 되라며 재능을 극찬했던 지도교수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얼마나 잘하는지 해볼까?’ 하는 도전 정신이 발동해 올해로 8년째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차가운 금속으로 표현한 레이스, 강인한 면모가 느껴지는 개미, 담담한 해골을 주요 테마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는 중. 그녀는 금속이 가진 물성에 대상을 투영해 의외성과 양면성을 표현한다.

“하늘하늘한 레이스 장식을 금속으로 표현했을 때 새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강함 속에 부드러움, 꿋꿋이 고된 삶을 이어가면서도 저를 따뜻하게 대하셨던 할머니와 어머니가 떠올랐죠. 개미는 잠시도 쉬질 않는데 그 모습이 꼭 저 같아요. 약한 존재인데 강렬함이 있고, 멈춰 있지만 움직이는 듯하고, 무생물이지만 살아 있는 생명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주방과 연결되는 위치의 다이닝 공간. 에르메스 패브릭으로 제작한 루도비카 마스케로니의 거울로 아티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가는 ‘그릇 쇼핑을 하는 사람은 행복지수가 높다’며 가족과 손님들에게 대접할 테이블 웨어를 갖춰가는 행복한 고민을 즐긴다.


작가는 이 집에 입주할 당시 소장한 가구와 작품 위주로 홈 스타일링을 하고 나머지는 살면서 채워나갔다. 부부가 가장 아끼는 아트피스는 샹들리에 아래에 놓인 론 아라드 체어와 최명영 화백의 단색화.


침실 입구를 넓혀서 거실까지 시야를 틔웠다. 머리맡에 놓은 스탠드 조명은 이수미 작가의 작품.


스테인리스로 개미의 형상을 표현한 작가의 작품 ‘Ant’. 나약하지만 성실하게 삶을 이어가는 존재를 금속으로 나타내 강인한 이면을 표현했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부부의 집엔 국내 신진 작가들의 공예품부터 세계적인 작가들의 오브제가 놓여 다채롭다. 어느 한쪽의 취향대로가 아닌, 부부가 동시에 맘에 들어 하는 작품을 들이니 두고두고 만족스럽다고.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집의 위층에 연출한 특별한 욕실.


색감이 풍성한 회화 작품과 최근 공예 페어에서 구입한 사이드테이블로 경쾌하게 연출한 아이방.

아껴주는 만큼 풍요로워지는 삶 예술가 엄마는 어떻게 가족의 보금자리를 꾸몄을까? 이수미 작가는 3년 전 한강 뷰가 근사하고 테라스가 딸린 복층 빌라로 이사하면서 집 안 전체를 리모델링했다. 그녀는 주부의 관점이 철저히 반영된 인테리어를 주도했다.

물건을 보이지 않게 수납할 붙박이장을 넉넉히 배치하고, 자신의 키에 맞도록 주방 아일랜드를 높이고, 조리 공간과 다이닝 룸을 구분할 중문을 추가하는 등 주부로서 살림하기 편한 주방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가구는 기존의 물건들을 활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라는 작가는 신혼 때부터 20년 가까이 사용해온 라운지체어도 거실에 두고 아껴 쓰며, 오래된 소파는 리폼해 사용한다.

“버려지는 것에 항상 마음이 쓰여요. 새것만 소중히 여기다 보면 오래된 물건에 담긴 소중한 추억도 흐려지잖아요. 오래된 고목이나 고가구에 난 상처를 은으로 메우고 저만의 레이스 장식을 더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어요. 제 역할을 다하고 버려졌던 나무에 사랑을 주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쓰임이 생기도록 하는 저의 작업이 기쁘답니다.”

딸의 방은 높다란 천장에 조형미가 뛰어난 조명을 배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이수미 작가는 레이스 패턴으로 이루어진 스탠드 조명, 해골 모양의 와인 스토퍼 등 자신의 작품을 활용한 테이블 연출을 즐긴다.


젊었을 땐, 당장 앞에 놓인 삶 때문에 재능에 대한 칭찬도 잘 들리지 않았을 만큼 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어요.

하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결국 이렇게 자기 일을 하는가 봐요. 프랑스의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루이즈 부르주아를 본받고 싶어요. 할머니가 된 70대에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해 90세가 넘도록 왕성히 활동했던 그분처럼,

오래도록 진지하게 예술에 임하려 해요.


복도 끝에 작가에게 의미가 깊은 2개의 명작이 있다. 벽면에 걸린 피카소 작품은 금속공예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준비한 선물. 철사 하나로 이루어낸 동물 형상은 작가가 미국 유학 시절 용돈을 털어 구매했던 어느 할아버지 작가의 작품.


테라스와 통하는 복층 공간에 색감이 도드라지는 김봉태 작가의 아크릴 작품과 김태중 작가의 벤치를 함께 매치했다.


가슴이 뻥 뚫린 듯 상처 입은 마음을 표현한 이수미 작가의 작품이 놓인 계단 아래.


은으로 표현한 레이스 장식의 묘미는 이처럼 빛이 통과되며 그림자를 이루는 순간이다.


더 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리는 <Everywhere & Here…>展에 소개된 작가의 작품. 장 프루베 하우스를 테마로 꾸며진 공간에 작가의 레이스 스탠드 조명이 놓였다.


개미의 몸을 레이스로 표현한 작가의 신작.

기획 : 김의미 기자  |   사진 :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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