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엄마, 이수미의 복층 빌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훨씬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가끔 제 스스로 집안일과 가족에게 소홀하다고 느껴질 때면, 과연 작가 활동을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일을 잘해나가고, 가족의 응원을 느낄 때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나고,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요.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라는 작가는 신혼 때부터 20년 가까이 사용해온 라운지체어도 거실에 두고 아껴 쓰며, 오래된 소파는 리폼해 사용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훨씬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가끔 제 스스로 집안일과 가족에게 소홀하다고 느껴질 때면, 과연 작가 활동을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일을 잘해나가고, 가족의 응원을 느낄 때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나고,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요.
의외성의 아름다움 이수미 작가는 의외의 면이 많다. 홀로 작업실에서 금속을 어루만지는 고독한 작업의 순간을 즐기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땐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주도한다.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라 그저 예술을 즐기는 삶인 줄 알았는데, 직접 김장까지 하고 8인분 손님상 정도는 뚝딱 차려내는 살림 고수란다. 스무 살부터 패션모델로 활동하다 돌연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독특한 이력까지. 이수미 작가가 지닌 의외성은 에너지가 넘치고 매사에 열심인 그녀의 캐릭터에서 비롯됐다.
세 아이를 기르며 살림을 하는 15년간은 전업주부를 천직으로 알며 최선을 다했는데, 그녀의 남다른 에너지를 눈여겨보았던 인터아트채널 김양수 대표가 작가의 길을 권했다. 미국 유학 시절 꼭 조각가가 되라며 재능을 극찬했던 지도교수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얼마나 잘하는지 해볼까?’ 하는 도전 정신이 발동해 올해로 8년째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차가운 금속으로 표현한 레이스, 강인한 면모가 느껴지는 개미, 담담한 해골을 주요 테마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는 중. 그녀는 금속이 가진 물성에 대상을 투영해 의외성과 양면성을 표현한다.
“하늘하늘한 레이스 장식을 금속으로 표현했을 때 새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강함 속에 부드러움, 꿋꿋이 고된 삶을 이어가면서도 저를 따뜻하게 대하셨던 할머니와 어머니가 떠올랐죠. 개미는 잠시도 쉬질 않는데 그 모습이 꼭 저 같아요. 약한 존재인데 강렬함이 있고, 멈춰 있지만 움직이는 듯하고, 무생물이지만 살아 있는 생명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아껴주는 만큼 풍요로워지는 삶 예술가 엄마는 어떻게 가족의 보금자리를 꾸몄을까? 이수미 작가는 3년 전 한강 뷰가 근사하고 테라스가 딸린 복층 빌라로 이사하면서 집 안 전체를 리모델링했다. 그녀는 주부의 관점이 철저히 반영된 인테리어를 주도했다.
물건을 보이지 않게 수납할 붙박이장을 넉넉히 배치하고, 자신의 키에 맞도록 주방 아일랜드를 높이고, 조리 공간과 다이닝 룸을 구분할 중문을 추가하는 등 주부로서 살림하기 편한 주방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가구는 기존의 물건들을 활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라는 작가는 신혼 때부터 20년 가까이 사용해온 라운지체어도 거실에 두고 아껴 쓰며, 오래된 소파는 리폼해 사용한다.
“버려지는 것에 항상 마음이 쓰여요. 새것만 소중히 여기다 보면 오래된 물건에 담긴 소중한 추억도 흐려지잖아요. 오래된 고목이나 고가구에 난 상처를 은으로 메우고 저만의 레이스 장식을 더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어요. 제 역할을 다하고 버려졌던 나무에 사랑을 주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쓰임이 생기도록 하는 저의 작업이 기쁘답니다.”
젊었을 땐, 당장 앞에 놓인 삶 때문에 재능에 대한 칭찬도 잘 들리지 않았을 만큼 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어요.
하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결국 이렇게 자기 일을 하는가 봐요. 프랑스의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루이즈 부르주아를 본받고 싶어요. 할머니가 된 70대에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해 90세가 넘도록 왕성히 활동했던 그분처럼,
오래도록 진지하게 예술에 임하려 해요.
기획 : 김의미 기자 | 사진 : 김덕창
Copyright © 리빙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