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주연 스티븐 연 "미나리 출연은 내 아버지와 다시 연결되는 것"
[스포츠경향]
영화 ‘미나리’에서 주연을 맡은 한국계 미국배우 스티븐 연이 13일(현지시간) ‘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한인 동포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온라인 특별시사회에서 눈물을 흘렸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 한인 이민자 가정의 고단한 삶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미국 영화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스티븐 연은 한예리와 함께 이민자 가정의 부부 역할을 맡았고, 윤여정은 이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를 연기했다.
스티븐 연은 시사회 후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진행한 감독 및 배우와의 대화 행사에서 “미나리 출연은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며 한인2세 배우로서 느꼈던 감정을 말했다.
그는 “‘워킹데드’를 떠난 후 제가 출연한 영화는 실제 죽은 채로 걷는 것과 같았고 힘든 시간이었다”며 “(이민자 2세 배우로)한국적 방식과 미국의 방식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어떤 면에서 언어 소통과 문화적 경계 때문에 부모님과 단절돼있다”며 “(이민자 2세로서) 우리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전형적인 생각을 극복해야 했다”고 말했다.
스티브 연은 “미나리에 출연하면서 내가 맡은 역할이 내 아버지의 삶과 같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미나리 출연은 내 아버지와 다시 연결되는 것이었고, 그 경험은 나에게 감동적이었다”고 울먹였다.
스티브 연은 또 “우리 부모님을 천천히 다시 돌이켜보면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며 “인간의 공간에는 마법이 있다”고 했다.
샌드라 오는 “미나리 주인공의 피부색은 내 어머니 피부색과 같다”며 “미나리를 보면서 30대의 부모님을 상상했고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또 “한국계 배우로서 이 영화를 볼 때 특별한 감정을 갖지 않기란 힘든 일”이라며 “미나리는 매우 감동적이고 위대한 미국영화 목록에 오를 매우 심오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윤여정과 한예리는 이야기의 보편성에 주목했다. 윤여정은 “미나리 대본을 읽었을 때 아주 현실적이었다”며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미나리 속 이야기가 (관객에게)똑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미나리’가 호평을 받는 이유에 대해 “사람이 사는 게 다 닮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제가 이민자 삶을 모르지만 우리 엄마, 아빠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모든 세대의 공감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인 앤디 김 의원과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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