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에... 반대한다는 참모 단 한명도 없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1. 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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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된 뒤 백악관 논평 안내…
트럼프, 공화당 탄핵 찬성표에 충격 “왜 마녀사냥이라 안하나” 화내기도
뉴욕市 “트럼프 그룹과 계약 파기” 골프장 등 개인사업도 줄줄이 위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3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의 의사당 앞 펜스에 시민들이 그를 '테러리스트'로 표현한 게시물이 걸려있다./연합뉴스

“지금 트럼프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자면, 천 번쯤 베인 채 죽어가는 것과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미 하원에서 통과된 13일(현지 시각), 그의 속내를 잘 아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워싱턴포스트(WP)에 이렇게 말했다. 극렬 지지자들의 의회 폭력 사태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동안, 마이크 펜스 부통령부터 참모진과 여당, 보수 진영 인사들이 자신을 제대로 돕지 않고 있다는 배신감과 분노, 고립감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을 둘러보기 위해 텍사스주 앨러모로 향하기 전 백악관 앞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임기 종료를 일주일 앞둔 13일 미 하원에서 자신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찬성 232표, 반대 197표로 통과되자, 트럼프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의회 난입 사태를 )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이날 CNN도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지금 백악관에선 모두가 서로에게 화가 나있고, 대통령은 모두가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는 자기 연민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탄핵이 진행되는 동안 백악관 안팎의 누구도 적극 나서서 의회 폭력 사태가 트럼프 탓이 아니라거나 탄핵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13일 탄핵 가결을 전후해 백악관 대변인을 포함해 참모진 누구도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트럼프가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첫 번째 탄핵을 당했을 때 정부와 보수 진영이 똘똘 뭉쳐 트럼프를 옹호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당시 탄핵 반대론 법리를 이끌었던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 요구에 격분해 이미 사임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태 이후 20일 퇴임까지 공식 일정조차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하게 지난 12일 텍사스주의 국경 장벽 건설 현장에 다녀와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번에 공화당 지도부가 상·하원에서 모두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하지 않고, 리즈 체니 하원 의원 같은 거물이 탄핵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폭스뉴스 등 보수 언론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앵커와 칼럼니스트를 거명하며 “왜 이번엔 탄핵을 마녀사냥이라고 부르지 않느냐”며 화를 내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의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토론이 벌어지는 동안, "더이상 폭력과 불법은 안 된다"며 추가 폭력을 자제하는 내용의 성명과 동영상을 백악관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연합뉴스

트럼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까지 끊겨, 특유의 ‘직접 소통 정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지지자들이 모여든 극우 소셜미디어 ‘팔러’에 가입하려 했지만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등이 제지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텍사스의 국경 장벽 현장에 간 것을 빼곤 오는 20일 퇴임까지 아무 공식 일정도 없는 상태로, 백악관에 틀어박혀 TV만 보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트럼프는 하원의 탄핵 투표 전 “폭력과 불법, 기물 파손은 안 된다. 모든 미국인이 진정하길 바란다”며 지지자들의 추가 난동을 경고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돌아선 여론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 11일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3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9년 탄핵때처럼… 검은 옷 입은 펠로시 -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13일(현지 시각)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 옷을 입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의 개인 사업도 곳곳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의 고향인 뉴욕시는 13일 그의 ‘내란 선동’을 규탄하며 트럼프 그룹과의 모든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엔 트럼프 그룹이 위탁 운영하는 위락 시설이 있는데,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스케이트장 두 곳과 회전목마, 브롱크스의 시 소유 골프장 등의 계약을 끊겠다는 것이다. 스케이트장 한 곳의 연 수익만 한화로 100억원이 넘는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의 장남도 트럼프처럼 뉴욕을 떠나 플로리다로 이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그룹에 3억달러를 대출해준 도이체방크와 뉴욕 시그니처뱅크 등 주 거래 은행들도 트럼프 측의 계좌를 폐쇄하고 거래를 종료했다. 미 프로골프협회(PGA)는 트럼프 소유 뉴저지 골프장에서 개최하려던 2022년 PGA챔피언십 장소를 바꾸기로 했고, 영국왕립골프협회도 트럼프의 스코틀랜드 툰베리 골프장에서 디오픈을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NBC 방송은 “트럼프란 브랜드가 방사성 폐기물 같은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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