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숨조차 가난했던 사람들..코로나 시대 무연고사망
[앵커]
지금부터 전해 드리는 소식은 마주하기가 쉽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면할 수도, 또 외면해서도 안 되는 이야깁니다. 가족이 없거나 혹은 가족이 장례를 포기해 쓸쓸히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들의 이야깁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가난한 삶을 살아왔고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들자 굶주림의 시간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끝내 마지막 숨마저 가난했습니다.
먼저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예순네 살 장모 씨가 살던 서울 영등포 월세방입니다.
장씨는 이곳에서 숨진 지 일주일 뒤에 발견됐습니다.
[고 장모 씨 지인 : (시신 발견) 열흘 전에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안 되더라고. 창문을 열어 봤더니만, 이렇게 누워 있더라고.]
목수로 일하던 장씨는 하루 번 돈으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건강이 안 좋았던 장씨는 굶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집주인 : 코로나 이후에 계속 지금 일을 못 하고. 일을 하면 한 끼라도 먹잖아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더 살 수 있었는데.]
장씨가 세상에 남긴 건 체납된 건강보험료 4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홀로 어렵게 살았지만, 기초수급자가 아니어서 지자체의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주민센터 : 본인이 동의를 하고 (기초수급자) 신청을 해주셔야 자료들이 다 와요.]
유족은 장씨의 장례를 포기했습니다.
[집주인 : 누가 생전 여기 한번도 찾아온 사람이 없었거든요. 혼자였었어요, 여태껏.]
일흔네 살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북구 임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홀로 대장암과 싸웠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사업에 실패한 뒤 20년 넘게 혼자 살아왔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이후 이웃과의 왕래도 끊어졌습니다.
[주민 : 얼굴 본 거는 2번 봤어. 수박을 샀는데 너무 커서 혼자 다 못 먹겠다고 좀 가지고 가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코로나 터지기 전에. 그러고는 못 봤지.]
김씨를 찾는 사람은 요양보호사뿐이었습니다.
거동조차 어려워 요양원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노인 장기요양등급 심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졌습니다.
[요양사 : 혹시 자녀 있으세요, 그랬더니 '지금은 없지'라는 말이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이들의 죽음은 마지막 숨까지 가난했습니다.
장씨와 김씨의 장례는 지자체의 손에 맡겨져 '공영장례'로 치러졌습니다.
빈소부터 화장까지, 세상과 작별하는 시간은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공영장례 관계자 : 이제 가야만 하는 여행길은 덜 외로웠으면 합니다. 이제는 편히 안녕히 가십시오.]
[앵커]
물론 마지막 길 만큼은 외롭게 하지 않으려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가난과 싸워야 하는 탓에 마음이 현실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취재진은 장례를 포기하려 했던 유족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이어서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A씨는 지난 연말 노숙 생활을 하던 형이 숨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10년 만에 들은 형의 소식이었습니다.
[A씨 : 빌딩에서 추락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2층에서 떨어졌다는데.]
어릴 적부터 형편은 좋지 않았고, 어른이 된 뒤엔 각자의 삶에 쫓겼습니다.
[A씨 : 저도 일용직 비슷한 일을 해요. 코로나 영향으로 현재 일감이 없어서 놀고 있습니다.]
형의 사망 소식과 함께 날아든 건 2000만 원짜리 병원비 청구서였습니다.
[A씨 : (돈을) 구할 수도 없을뿐더러.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죠.]
형을 가슴에 묻으려다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장례를 치렀습니다.
[A씨 : 처음에 (장례를) 포기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도 못 가 보고. 보면 더 마음이 아플까봐.]
화물 운전을 하는 B씨는 지난해 7월 형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일이 끊어져 생계가 막막한 시기였습니다.
지금껏 다른 가족의 장례를 혼자 힘으로 치렀지만, 이번엔 지자체 공영장례에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유족이 사망한 가족을 포기하는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때문입니다.
[김민석/나눔과나눔 팀장 : 빈곤한 삶을 살았던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는 그 가족분들도 빈곤하신 경우가 많죠.]
서울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치른 숫자는 2019년 434명에서 지난해 667명으로 50% 이상 늘었습니다.
이렇게 빈소를 지원해 공영장례를 치르는 지자체는 전체 226곳 중 107곳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무연고 사망자 상당수는 빈소도, 애도의 시간도 없이 곧장 화장터로 향합니다.
[A씨 : (포기하는 이유는) 다 경제적이겠죠. 그 사람들이라고 마음이 안 아프겠습니까?]
(VJ : 최준호·남동근·박상현 / 영상디자인 : 조승우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신귀혜·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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