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법무차관 "한국 선박 나포는 사법기관이 다룰 기술적 사안" 고수

[경향신문]
이란 법무부 차관이 한국 선박 나포 문제는 “독립적인 사법기관에서 다뤄져야 할 기술적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14일(현지시간) 이란 법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이란 법무부 차관은 지난 12일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헤크마트니아 차관은 “걸프 해역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며 “이는 정부와 독립돼 있는 사법기관에 의해 법적인 틀 안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걸프 해역에서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주사인 디엠쉽핑은 해양오염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 중인 한국케미 선내에 머물고 있다.

헤크마트니아 차관은 최 장관과의 만남에서 한국케미 나포보다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산 문제에 중점을 뒀다. 그는 “한국의 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자산은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한국의 은행에 묶인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한국 대표단은 선박 나포 문제와 자금 동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인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등 이란 고위 관계자를 면담했으나,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이날 귀국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