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흥부자·살뜰한 효자..올핸 '우승하자'

하경헌 기자 2021. 1. 1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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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최고 히트상품 KB손해보험 케이타

[경향신문]

KB손해보험의 선두 경쟁을 이끌고 있는 ‘효자 외인’ 노우모리 케이타가 지난 12일 경향신문 카메라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탁월한 기량·폭발적 세리머니에
부모님 모실 계획 짜는 ‘착한 아들’
이상열 감독 리더십 ‘시너지 효과’
KB손보 작년 6위서 선두권으로

KB손해보험의 라이트 노우모리 케이타(20)는 2020~2021시즌 V리그가 낳은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따낸 KB손해보험은 동영상으로만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19세 선수를 주저 없이 뽑았다. 이에 케이타는 구단의 1순위 지명 이유를 시즌 개막과 함께 바로 입증했다. 206㎝ 신장에 타고난 탄력으로 4m 고공에서 내리꽂는 스파이크는 그 자체로 일품이다. 여기에 공격 성공 때마다 다른 폭발적인 세리머니까지 더하며 코트를 하나의 무대로 만들었다. 케이타는 지난 12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다채로운 표정과 함께 또 다른 매력을 전했다.

한국 남자배구 초반 돌풍을 일으킨 KB손해보험 외국인 선수 케이타가 스포츠경향 카메라 앞에 섰다. 2020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1순위로 지명된 케이타는 타고난 체격조건과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KB손해보험의 초반 연승행진을 이끌었다. 박민규 선임기자

#흥부자

케이타를 설명하는 대표 단어는 ‘흥부자’다. 다양한 세리머니를 가지고 있어 ‘세리머니 장인’이라는 별명도 따라붙었다. ‘내 공격을 상대가 볼 수 없다’는 의미로 손을 쫙 펴 얼굴 앞에서 흔드는 세리머니를 시작으로 새처럼 양팔을 파닥이기도 한다. 또 신명나는 허리춤을 추기도 한다.

케이타는 “따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 경기장 안에서 들리는 노래에 맞춰 리듬에 몸을 맡길 뿐이다. 경기 전부터 노래를 들으며 흥을 올리고 생각나는 대로 몸을 흔든다”고 말했다.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케이타는 한국의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의 음원을 챙겨들을 정도의 마니아다. 말리의 유행음악도 좋아하는 그는 코로나19가 없어지면 제일 가보고 싶은 곳으로 ‘힙합클럽’을 꼽았다. 코로나19로 격리됐을 때에도 병원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춤판을 벌였다가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을 크게 웃게 하기도 했다.

케이타는 “나의 그런 기질이 경기 때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에 덧붙여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자기 기록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은데 나는 기록 생각은 안 하는 편이다.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배구를 하고 나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효자

케이타는 2015년 14세에 카타르 유스리그에서 본격적인 해외생활을 시작했다. 17세에 세르비아 리그로 옮겼고 19세에 한국에 왔다. 배구가 좋아 일찍 몸을 던진 무대였지만 사춘기 시절을 경쟁이 치열한 해외 코트에서 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케이타의 가족사랑은 특히 진하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 연봉을 받으면 절반 이상은 말리에 있는 부모님에게 보낸다. 케이타는 남동생이 둘 있고 여동생이 하나 있다. 남동생 중 하나는 미국에서 농구선수로 활약 중이다.

숙소생활을 하던 케이타는 최근 구단에서 숙소 인근에 아파트를 얻어줘 독립했다. 밥을 직접 해먹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케이타는 “오랜 해외 경험으로 입에 맞는 음식은 잘할 수 있다”며 오히려 자취생활을 즐기고 있다. 케이타가 더욱 기쁜 이유는 이 아파트로 부모님을 모실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타는 최근 말리의 부모님 비자 신청 절차를 처리하고 있다. 케이타는 “가족들과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연락을 한다.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 역시 “케이타는 그 나이 또래 중 손에 꼽히는 효자”라고 칭찬했다.

#승자

케이타의 합류로 KB손해보험은 지난해 6위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순위가 2위로 내려왔지만 10년째 봄배구를 못했던 팀은 올 시즌의 선두 경쟁이 실감나지 않는다.

케이타는 “한국 리그는 수비가 좋다. 공격하면 받아내는 모습이 나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며 “모든 팀의 수준이 비슷해 상대보다 범실을 덜 해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면에서 자기 자신의 역할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상열 감독 특유의 선수 기를 살리는 리더십에 케이타의 기량이 더해지면서 KB손해보험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다. 하지만 케이타는 이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 케이타는 “챔피언이 되기 위해 왔고, 어떤 리그에서 뛰던 항상 챔피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남은 모든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V리그에서 인상 깊은 선수로 대한항공 정지석을 꼽았다. 그 이유는 공격 한 부문에서 유일하게 케이타를 앞서 있기 때문이다. 정지석은 공격성공률에서 케이타 위에 있다. 득점, 오픈, 퀵오픈 등 부문에서는 케이타가 1위를 달리고 있다. 13일 현재 득점 부문에서 738점으로 519점의 우리카드 알렉스 페헤이라를 200점 이상 앞서고 있는 케이타의 시즌 목표는 1000득점 돌파다.

‘흥부자’에 ‘효자’ 그리고 ‘승자’의 DNA까지 갖춘 케이타. 에너지로 가득 찬 이 청년으로 인해 이번 시즌 배구는 볼거리가 부쩍 많아졌다.

■포지션=라이트

■생년월일=2001년 6월26일

■신장/체중=206㎝/91㎏

■가족관계=부모님, 남동생 2명, 여동생 1명

■경력=세르비아 OK니스-세르비아 밀라디 래드닉 파즈알백

■프로입단=2015 카타르 프로 유스팀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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