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 안겹치는데 "무조건 받아라"..일부 지자체·기업 전수조사 남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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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사람도 없는데 무조건 주말에 검사를 받으라니 좀 황당했죠."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A씨는 이달 초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서울시와 방역당국은 서초구의 전수검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코로나19 검사는 다른 검사와 달리 유효성이 짧다. 검사 이후 감염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서 음성이 나왔다고 안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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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필요한 검사는 지연될 수도
감염위험도 따져 우선순위 결정"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A씨는 이달 초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혹시 모를 ‘숨은 감염자’를 찾는다는 회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A씨 회사는 교대로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업무 중 외부인을 만날 일이 많지도 않은데 사측은 무조건 검사부터 받으라고 했다. 사측은 ‘업무시간에는 안 된다’며 주말에 검사를 받으라고 날짜까지 지정했다. A씨는 “일요일 아침 1시간 넘게 기다려 겨우 검사받았다”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나 기관, 기업 등에서 주민이나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혹시 모를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감염 위험성과 관계없이 무조건 전수검사를 하는 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구민 43만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검사를 받은 구민은 5만여명에 이른다. 다른 지역 거주자 중 서초구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5만여명도 검사를 받았다.
서울시와 방역당국은 서초구의 전수검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기준 없는 전수검사는 전체 검사량만 늘려 검사 분석을 지연시키고 의료진 부담을 키우는 탓이다. 서울시는 “검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선제 검사는 확진자 접촉자나 고위험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전북 순창군이 군민 3만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하면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것도 논란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가 41.5%에 그친다면서 “검사 질 보장 없이 단순히 검사 수만 늘리는 건 거짓 양성으로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수검사를 남발하지 말고 감염 위험도를 따져 우선순위를 결정할 것을 강조한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예방의학)는 “(무분별한 전수검사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방역에 저해될 수 있다”며 “전수검사에 투자할 시간과 자원은 다른 곳에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거주자 전수조사는 의학적 근거가 없고 방역 당국 지침에도 어긋난다”면서 “의미 없는 검사보다 중환자 중심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이종민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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