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400만원 노동자, 숨만 쉬고 36년 모아야 서울 25평 아파트 산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2011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비수기인 12월에도 상승폭이 확대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셋값도 2015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내며 월세마저 동반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평균적인 노동자는 한 해 3400만원의 임금을 받는데 임금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서울에 있는 평균 25평 가격(11억9000만원)의 아파트를 사는 데는 무려 3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 지난해 우리나라 신혼부부 10쌍 중 6쌍은 무주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집 있어야 결혼한다”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아파트값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아 서민들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기 점점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상승액이 다른 정부 때보다 훨씬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은 KB 국민은행 등 부동산 시세정보를 활용해 2003년∼2020년 18년간 서울시 소재 22개 단지 6만 3000여 가구 시세를 정권별로 비교·분석했다. 노동자 연 임금은 통계청 고용 형태별 임금자료를 활용했다.
그 결과 서울 내 25평형 아파트값은 2003년(3억 1000만원)부터 작년(11억 9000만원)까지 18년간 평균 8억 800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5억 3000만원(6억 6000만원→11억 9000만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 상승액으로, 집권 이전 14년간 상승액 3억 5000만원의 1.5배에 달했다. 상승률로 따지면 4년간 82%다.
박근혜 정부 말기와 비교해보면 아파트값이 82% 오르는 동안 임금은 9% 증가해 아파트 구매에 드는 시간은 21년에서 36년으로 늘어났다.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사람은 평균 5억 3000만원의 불로소득을 챙겼다”며 “매년 1000만 원을 저축하는 평범한 무주택자 직장인과 53년의 자산 격차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의 경우 집값은 서울만 오른 게 아니다. 지난달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0년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종합(아파트, 다세대 주택, 단독주택 등 포함) 기준 집값 상승률은 5.36%로, 전년(-0.36%) 대비 5.72%p나 뛰었다. 지난 2011년(6.14%) 이래 최고치다.
또 전국 전셋값은 한 해 동안 4.61% 올라 2015년(4.85%)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12월 전셋값 상승률은 0.97%로 지난 2011년 9월(1.33%)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저금리, 청약 대기수요, 거주요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하면서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처럼 내 집 장만이 어려워지자 우리나라 신혼부부 10쌍 중 6쌍은 전세 또는 월세로 신혼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9년 신혼부부통계 결과’를 보면 무주택 신혼부부는 57.1%(57만 168쌍)으로 전체 신혼부부의 절반을 넘겼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부부는 1년 전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주택 소유 비중은 혼인 연차가 오래될수록 커져 혼인 5년 차에는 절반이 넘는 53.4%가 내 집을 장만했다.
초혼 신혼부부가 소유한 주택 가액(2020년 1월 1일 공시가격 기준)을 보면 1억 5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비중이 36.7%로 가장 많았다. 3억원 초과는 23.5%로 1년 전보다 3%포인트 늘었다.
초혼 신혼부부의 연간 근로·사업소득 평균은 5707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3만원(3.7%) 증가했는데 주택 소유 부부 다수는 대출로 집을 장만했다.
주택 소유 부부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1억 4674만원으로 무주택 부부 8790만원 보다 약 1.7배 높았다. 대출 잔액 중앙값은 맞벌이 부부가 1억 2951만원, 부부 중 한쪽만 돈을 버는 외벌이 부부는 1억원으로 맞벌이가 외벌이의 약 1.3배 수준이다. 맞벌이 부부의 평균 소득은 7582만원으로 외벌이 부부 평균(4316만원)의 약 1.8배였다.
한편 집값 상승 추세는 2021년 새해 들어 다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지방은 정부가 작년 말 규제지역을 확대한 이후 매매시장 과열이 한풀 꺾인 분위기이지만 서울은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기대감 등으로 수요가 다시 몰리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은 1월 둘째 주(11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25% 올라 지난주(0.27%)보다 상승 폭이 소폭 줄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은 지난주 0.06%에서 이번 주 0.07%로 상승 폭이 커졌다. 수도권 전체의 주간 변동률은 지난주와 같은 0.26%를 유지했다.
인천을 제외(지난주 0.27%에서 이번 주 0.36%로 상승)한 5대 광역시는 지난주 0.37%에서 이번 주 0.32%로, 경기도를 제외한 8개도는 0.20%에서 0.18%로 각각 상승 폭이 줄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던 세종시는 0.24%로 전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도 매물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전국적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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