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고요?"..분노한 살균제 피해자들
[앵커]
가습기살균제 중 하나인 '가습기메이트'를 만든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 대표에게 그제(12일)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은 오늘(14일) 판결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 몸이 증거'라며 직접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나섰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재판부의 판단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 소식은 이수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007년 10월, 김태종 씨는 가습기를 즐겨 사용하던 아내를 위해 살균제를 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뼈저리게 후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할 정도로 건강했던 아내는 중증 폐 질환을 앓다 지난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태종/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 "여러 단체에서, 학술단체에서 유해하다 인정해서 환경부에서 997명을 사망자로 공식 인정한 거 아닙니까? 이렇게 피해자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가해자는 없다고요?"]
김선미 씨 가족은 가습기 살균제를 한 통밖에 쓰지 않았지만, 네 식구 모두 10년가량 천식과 폐쇄성 환기장애 같은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김선미/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2012년경에 제가 갑자기 호흡발작으로 아이가 입원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푹 주저앉았어요. 천식 진단받고 약물치료도 했는데 차도가 아무래도 없다고 그래서 지금 현재 6년 넘게 면역 치료를…."]
사연과 증세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 가족의 공통점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제 법원은 두 회사의 전 대표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해당 살균제의 주성분이 폐 질환 등을 유발했다는 인과 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김선미/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제가 아이들한테 엄마가 미안해라고 하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잖아요. 재판부 때문에 저는 되게 무책임한 엄마가 됐어요."]
전문가들 역시 인과관계 말고도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며 판결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종현/환경보건안전연구소장 :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안전 점검을 해야 마땅한데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그 문제에 대해서 재판에서 판결을 유보한 거는 좀 이해하기가 힘든…."]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판결문 내용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다음 주 열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촬영기자:이호 김재현/영상편집:양다운
이수민 기자 (waterm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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