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강' 뮌헨 잡은 킬..이재성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네요"

하성룡 기자 2021. 1. 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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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팀 홀슈타인 킬이 독일축구협회 포칼 32강전에서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유럽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승부차기로 끝냈습니다. 킬은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고, 대회 최다 우승팀(20회)인 뮌헨은 2003-2004 시즌 이후 17년 만에 하위리그 팀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킬의 '에이스' 이재성이 역사의 중심에 섰습니다.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돼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최전방 공격수와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수행하며 120분 동안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고,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나 뛰고 또 뛰었습니다. 승부차기에서는 팀의 4번 키커를 맡았습니다. '세계 최고 수문장'인 노이어 골키퍼를 상대로 과감하게 정면으로 차 넣었습니다. 승부차기 '트라우마'도 떨쳐냈습니다.

킬의 마지막 키커가 골망을 흔들며 승리가 확정됐고, 킬은 잊지 못할 밤을 보냈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재성의 헌신을 '영웅'이란 묵직한 단어로 평가했습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입니다."

역사적인 승리 후, 새벽 늦게 귀가해 침대에 몸을 눕혔지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잠도 얼마 자지 못했습니다. 회복 훈련을 위해 일찍 몸을 일으켰지만, 몸이 전혀 무겁지 않았습니다.

승리의 여운이 피로마저 날려버린 걸까요, 독일 현지시간으로 이른 아침 SBS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이재성의 목소리엔 여전히 '흥분'이 가득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에 승리를 거둔 소감이 어떤가요?
이재성 : 저도 경기를 뛴 선수지만 너무 믿을 수 없는 승리였던 것 같고, 축구 선수로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였던 것 같아요. 유럽에 나와서 이렇게 정말 세계적인 팀과 경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 승리까지 해서 너무 기뻤던 것 같아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해보니 어떤가요?
이재성 :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경기 전부터 저희 팀이 이번 시즌 잘하고 있었고 좋은 플레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세계적인 최고의 팀과 경기했을 때 과연 우리가 어떤 플레이할 수 있을지 너무 기대됐는데 경기를 막상 해보니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팀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게 된 경기였던 것 같아요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됐는데…
이재성 : 그게 조금 더 빨리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들어가는 순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오프사이드 같았는데도, 일단 골을 넣자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이 터진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재성 : 솔직히 2대 1로 지고 있었을 때 이 정도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극적인 동점골을 넣고 또 승부차기에서 승리하고 믿을 수 없는 경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아직까지도 경기가 이겼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연장전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는데?
이재성 : 너무 많이 뛰고 120분을 뛴 게 언젠지 몰라서요. 너무 많이 뛰어서 쥐가 났어요. 감독님이 딱히 교체할 마음도 없는 것 같아서 뛰어야 해서 계속 뛰었죠.


-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겠다고 자원한 건가요?
이재성 : 제가 승부차기에 대한 트라우마나 두려움이 있었는데 올 해는 만약에 승부차기 찰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하지 않고 해 보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뮌헨전에서는 감독님이 "찰래?"라고 물어보셔서 차겠다고 했어요. 두려움을 이겨냈던 것 같아요 2년 전에는 포칼에서 4부 팀에 졌거든요 그때는 제가 승부차기 안 찬다고 했거든요. 올해는 이걸 한번 트라우마를 깨보고 싶어서 찼는데 다행히 골을 넣었던 것 같아요 가운데로 찼어요. 솔직히 잘 찬 공은 아닌데 다행히 노이어가 반대로 뛰어서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 순간만큼은 넣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믿고 찼던 것 같아요


-마지막 키커가 성공하면서 승리가 확정됐네요.
이재성 : 상대 선수 킥을 우리 팀이 막았을 때부터 너무 기뻤어요. 정말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우리 팀이 골 넣었을 때는 너무 기뻐서 힘든 생각도 안 났던 것 같아요 라커룸에서 정말 난리 났었죠.

2018년 7월 전북을 떠나 킬로 이적한 이재성은 올해 6월이면 구단과 계약이 종료됩니다. 2018-2019 시즌 공식전에서 5골-10도움, 지난 시즌 10골-8도움을 기록한 이재성은 이번 시즌 17경기 5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 중입니다. 지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여름 이적시장에 많은 팀들에게 '러브콜'을 받았지만, 킬의 반대로 잔류했습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재성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 중입니다.

-킬과 계약기간이 올해 6월에 끝나네요.
이재성 : 원래부터 올해는 계약된 기간 동안 킬에 남아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아무래도 겨울에 이적하는 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 팀이 보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남은 기간 최선 다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이번 한 경기로 제가 좋은 팀으로 간다거나 이런 건 전혀 바라지 않아요. 제가 꾸준히 남은 기간 잘 마무리해서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잘 이끌어가는 게 목표인 것 같아요.  

하성룡 기자hahaho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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