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트럼프 대통령 탄핵..상원 "퇴임 후 심판 절차"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1.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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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넘겨받은 상원, 공화당 의원 17명 이탈표 나와야 가결
지도부 '반대' 안 밝혀 기류 변화..원내대표 "논쟁 경청"
바이든 행정부, 탄핵 블랙홀에 각료 인준 지연 등 우려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일주일 남긴 13일(현지시간) 내란 선동 혐의로 미국 연방하원에서 탄핵됐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두 차례 탄핵당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안게 됐다. 상원의 탄핵 심판은 그가 퇴임한 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찬성 232명 대 반대 197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222명 전원 찬성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서도 1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2019년 12월 1차 탄핵안 처리 때는 공화당 의원 전원이 똘똘 뭉쳐 반대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상원의 심사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규칙과 절차, 전례를 감안할 때 다음주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 전 (상원이) 결론을 낼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에야 심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탄핵안이 상원에서 가결되려면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50 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는 현재 의석 분포를 고려하면 가결은 쉽지 않다.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탄핵 때는 상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고 이번에는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결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투표를 어떻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탄핵안이 상원에 제출되면 법적 논쟁을 경청하겠다”며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처음부터 반대를 명확하게 밝혔던 1차 심사 때와 확연히 달라졌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상원의원 중 20명이 탄핵에 찬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민주당은 역사상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하원에서 2번이나 탄핵하며 굴욕을 안겼다. 하지만 탄핵 심사가 ‘바이든호’의 출범과 겹치면서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1차 탄핵 때는 탄핵안이 상원에 송부된 후 결론이 나오기까지 21일 걸렸다. 상원이 다시 이 기간 만큼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심사에 집중한다면 새 행정부 각료 인준이 지연되는 등 바이든 정부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 탄핵이란 블랙홀이 여론의 관심을 빨아들이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법안 등 바이든 정부의 초기 정책 의제들이 묻혀버릴 수도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탄핵안 가결 후 발표한 성명에서도 고민이 읽힌다. 그는 탄핵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상원 지도부가 탄핵에 대한 헌법적 책무를 다하면서도 이 나라를 위해 시급한 다른 업무에도 노력을 기울일 방안을 찾을 것을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날에는 상원이 하루를 절반씩 나눠 탄핵과 각료 인준을 동시에 처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시급한 현안들이 지연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주요 장관 지명자 인준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경제 회복 조치 등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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