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를 기각한다"..3년9개월 박근혜 '국정농단' 재판 마무리

이창수 2021. 1. 1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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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朴·崔 경제공동체' 묶은 검찰 논리 수용 결정적"
조력·묵인자 대다수는 여전히 재판 중
전 국정원장 3명 파기환송심 징역형 선고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도 결론 안나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파기환송심 선고
28일 우병우 선고.. 연말께 관련재판 끝나
특검팀 파견 특수통 검사들 영욕 되풀이
윤석열·한동훈·신자용 등 '쓴맛'도 경험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짧은 한마디로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박근혜(69)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모두 마무리됐다. 2017년 4월 18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지 3년9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 사건에 관한 재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고 뇌물 혐의에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 국고 손실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비선실세’ 최서원(65·개명 전 최순실)씨와 사실상 나눈 박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은 징역 22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모든 형기를 다 채울 경우 87세가 되므로 종신형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사실상 ‘경제공동체’로 묶은 검찰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직접 뇌물을 받은 최씨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공범이 된 것이다. 검찰 공소장이나 법원 판결문에 직접 거론되지 않았으나 경제공동체라는 개념이 중요 판단 근거로 작용한 셈이다. 대통령 권력 뒤에 숨어 각종 잇속을 챙긴 최씨는 지난해 징역 21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여전히 재판 중인 국정농단 ‘조연’들

국정농단의 핵심인 두 사람의 형이 확정됐으나 관련 재판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이에 조력하거나 묵인한 대다수가 여전히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굵직한 ‘조연’ 중에선 직권남용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만 형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매달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남재준(77)·이병기(73)·이병호(80) 전 국정원장은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 3년, 3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3년 동안 특활비 36억5000만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특활비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이병호·이병기씨(왼쪽부터).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도록 지시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재판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게 각각 징역 4년,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깼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2부는 이들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도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오랜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8월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함에 따라 오는 18일 파기환송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달 28일에는 직무유기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다. 올 연말은 돼야 국정농단과 관련한 모든 재판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뉴스1
◆“적폐수사, 검찰 지형도 바꿔”

박 전 대통령 수사는 검찰 내부 지형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일한 ‘특수통’ 검사들은 정권 교체와 함께 요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대표적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히면서 지방 한직을 돌던 윤 총장은 특검팀 참여 이후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연거푸 영전했다. 모두 전임보다 연수원 기수를 다섯 기수나 뛰어넘은 데다 고검장급이 가던 자리를 지검장급이 꿰차는 ‘파격’ 인사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팀의 윤석열 수사팀장이 2016년 12월 13일 서울 대치동에 마련된 새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남정탁 기자
특검에서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춘 한동훈(〃 27기) 검사도 특검 파견 뒤 다섯 기수를 뛰어넘어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오른 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 됐다. 신자용(〃 28기) 검사도 파견 복귀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에 법조계에선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정권의 보답”이란 뒷말이 나왔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던 이들의 위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계기로 꺾였다.

특검 파견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과 대검 선임연구관을 지낸 양석조(〃 29기) 검사는 이른바 ‘상갓집 파동’ 이후 대전고검 검사로, 한 검사장과 신 검사도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등 한직으로 밀려났다.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 20명 중 요직으로 꼽히는 대검이나 서울중앙지검에 현재 소속된 검사는 윤 총장 포함 4명뿐이다.

이창수·이희진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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