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잊은 대기업 CJ의 횡포, 매니지먼트까지 쥐고 흔드나 [ST이슈]

윤혜영 기자 입력 2021. 1. 14. 21:00 수정 2021. 1. 1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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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CJ ENM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대기업이 중소기획사를 상대로 갑질을 행했다는 주장이다. TOO의 매니지먼트 계약을 두고 CJ ENM과 n.CH엔터테인먼트가 갈등을 빚고 있다.

n.CH엔터테인먼트(이하 n.CH)는 13일 "CJ ENM이 n.CH에 TOO에 대한 모든 매니지먼트 업무에서 손을 떼고 이관하라고 일방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CJ ENM과 n.CH는 지난 2018년 10월, 아이돌 그룹 공동제작에 합의했다. 연습생 캐스팅과 트레이닝, 데뷔부터 7년 동안의 매니지먼트 및 홍보를 n.CH가 맡고, 음반 제작과 마케팅은 CJ ENM이 맡기로 협의했다. CJ ENM이 해당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Mnet에서 '투 비 월드 클래스'가 방송됐고, 20여 명의 연습생 중 10명이 최종 선발돼 TOO가 결성됐다.

CJ ENM은 TOO가 데뷔하기 직전인 2020년 3월 말, n.CH 소속이던 멤버들의 전속계약을 CJ ENM으로 이관해달라고 요청했다. n.CH는 "대기업을 믿고 원펙트 엔터테인먼트(CJ ENM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연예 기획사)로 이관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TOO는 4월 데뷔했다. 양사는 공동으로 4월과 7월, TOO의 앨범 두 장을 발매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n.CH에 따르면 5월, CJ ENM 측은 양사가 합의했던 7년 매니지먼트 업무 계약서 날인본을 우편으로 발송하겠다고 했으나 계약 날인을 차일피일 미뤘다.

대신 양사는 8월, '3개월 이내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다'는 문구가 담긴 약식 합의서에 날인했다. CJ ENM이 내부 감사 이슈를 이유로 n.CH에 약식 계약서 작성을 부탁했고, n.CH가 본 계약 체결에 대한 확답을 약식 합의서에 넣어달라고 요청해 양사가 약식 합의서에 날인을 했다고.

그러나 9월, CJ ENM은 내부 경영방침 변경 등을 이유로 돌연 공동프로젝트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n.CH는 "약식 합의서 날인 후 3개월 간 CJ 측에서는 기존 7년으로 협의 중이던 본 계약 내용을 1년으로 줄이고, 일방적으로 대폭 축소시킨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CJ 내부 담당자는 구두로 '이런 계약조건의 제안은 사실상 TOO를 포기하라는 의미'라고 귀띔했다"고 전했다.

CJ ENM은 또 n.CH에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매니지먼트를 이관하라고 통보했다. n.CH는 "저희는 억울함을 누르고, 컴백을 손꼽아 기다리며 열심히 연습 중인 멤버들을 위해 TOO가 안정궤도에 오를 수 있게 2년간만 아무런 금전적 대가없이 무상으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해주겠다고 CJ 측에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CJ ENM은 n.CH와의 매니지먼트 대행 계약이 2020년 8월부로 종료됐다고 반박했다. CJ ENM 관계자는 "계약기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상호 합의해 추가 계약을 체결한다는 부분이 있었고,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긍정적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n.CH와 대행 계약을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n.CH는 2차 입장으로 재차 반박에 나섰다. n.CH는 14일 "CJ ENM과 n.CH는 정식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며 8월에 날인했던 약식 합의서는 '3개월 이내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다'는 합의서이지, CJ가 주장하는 매니지먼트 계약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n.CH는 7년간 매니지먼트 대행 계약조건이 합의 완료된 계약서 최종본과 CJ ENM 측이 n.CH 측에 계약서 날인본을 우편으로 발송하겠다고 한 이메일 자료를 증거로 공개했다.

n.CH는 "대기업을 믿고 모든 걸 내어주었던 저희로서는 배신감과 허탈감이 매우 큰 상황"이라면서 "저희는 양사가 한 약속이 이행돼 원만한 업무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하루빨리 CJ 측이 TOO의 세 번째 앨범 발매를 진행해주시길 힘없는 기획사와 아티스트는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CJ ENM은 이와 관련, 아직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CJ ENM의 '갑질'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중소기획사로서 대기업인 CJ ENM을 믿고 전속계약을 이관해줬으나 CJ ENM이 일방적으로 말을 바꾸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한 팀을 키워내려면 캐스팅과 교육 훈련 및 평가, 제작과 데뷔까지 최소한 4~5년은 걸린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획기적인 수익구조를 발견한 CJ 측은 기획사의 능력을 빌어 짧은 시간 안에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낸 뒤, 힘없는 기획사를 아웃시키는 식으로 모든 이익을 독점하려 한다. 전형적인 '갑질'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중소기획사는 대기업인 CJ ENM에 이견을 내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CJ ENM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 높아지고 있다. 앞서 CJ ENM은 Mnet '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 논란으로 연습생과 소속사 등에 행한 '갑질 횡포'가 만천하에 드러나 대중의 신뢰를 잃은 바다.

이후 CJ ENM은 보상을 약속하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업계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말과는 달리 가시적으로 진행된 보상 절차가 거의 없어 대중의 날선 시선을 자초했다.

이 가운데 '프로듀스' 논란이 채 종결되지도 않은 이 시점, 소위 CJ ENM의 '갑질'로 인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CJ ENM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CJ ENM은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한중일 합작 걸그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tvN 드라마인 '여신강림'과 '철인왕후'가 각각 중국 PPL, 원작 중국 작가 혐한 논란 등 중국 관련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3국 합작 걸그룹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은 상황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개수가 쌓일 수록 CJ ENM의 논란의 개수도 쌓이는 모양새다. '프로듀스' 논란도 정리하지 못한 CJ ENM이 n.CH와의 갈등은 어떻게 봉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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