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안철수 기싸움..꼬이는 야권 단일화
안 대표·국민의당은 '네거티브 구태' 반박..공격 중단 촉구
사전 조율 어려워 국민의힘 경선 후인 3월 단일화 방안 거론
[경향신문]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강 대 강’ 충돌로 가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없다”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작심 비판을 신호탄으로 국민의힘 인사들은 ‘안철수 때리기’에 나섰다. 이에 안철수 대표 등 국민의당 측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네거티브 구태’라고 반박하면서 상호 비방전 양상으로까지 흐르고 있다. 야권의 필승카드인 단일화가 협상을 하기도 전에 주도권 싸움으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는 14일 당 회의와 기자회견을 통해 “비판이 향해야 할 곳은 안철수가 아니라 무도하고 폭압적인 문재인 정권”이라며 자신을 향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 측근인 이태규 사무총장도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제1야당에 계신 분들에게 안철수 대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상대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요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여당을 이롭게 하는 ‘엑스맨’이 되지 말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나경원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의 안 대표를 향한 비판 발언을 거론하면서 “여권의 바람을 솔선수범 실천 중인 야권 주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안철수 때리기’를 ‘네거티브 정치’라며 초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안 대표 비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당내에서 나온 국민의당과의 합당론을 “콩가루 같은 집안” 등의 거친 표현을 써서 비판하고,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만을 가능한 선택지로 제시한 직후부터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안철수 불가론’을 재차 강조하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비공개 비대위회의에서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이란 단어를 직접 쓰며 안 대표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모두 실망하고 다시 같이 일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앞서 과거 국민의당 최고위원이었던 장진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서울 동작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철수가 변했을까’란 주제로 올린 5편의 글 중 하나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오신환 전 의원은 ‘안철수의 뒷북정치’란 제목의 입장문을,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SNS에 ‘안동설: 우주는 안철수를 중심으로 돈다’는 글을 적어 각각 안 대표를 비판했다.
안 대표를 둘러싼 신경전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단일화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안철수 비토’ 입장이 워낙 강경한 데다, 당초 독보적이었던 안 대표에 대항해서 국민의힘에서도 나 전 의원이 공식 출마하고 오세훈 전 시장이 조건부 출마를 선언하는 등 거물급이 등장하면서 힘싸움은 더욱 팽팽해졌다. 국민의힘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양보나 사전 조율도 쉽게 이뤄지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안 대표도 사실상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경선은 경선대로 치르고 3월에 최종 단일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3월 초 단일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양측의 신경전이 과열되면 시민들 지지가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표 불가론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내부 목소리도 나오면서 당내 분열 양상도 드러났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김 위원장이 ‘안철수 죽이기’에 나섰다며 “이런 식이라면,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만 남길 것”이라고 적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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