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원순 성추행으로 피해자 정신적 고통" 인정
피해자 측 "피해 사실 거론 다행..2차 가해 막아달라"
검찰, 박 전 시장에 피소 알려준 남인순 등 수사 착수
[경향신문]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사건의 피해자 A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A씨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을 길이 없었는데, 다른 가해자의 성폭행 사건 선고 과정에서 법원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는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서 피해 사실을 거론해줘 다행”이라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시장에게 A씨 성추행 고소 예정 사실을 전달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A씨를 성폭행해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입힌(준강간 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모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실형과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14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거불능의 피해자를 간음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입혔다. 직장 동료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고 모두 서울시 공무원으로 언론에 보도돼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자신의 범행이 아닌 박 전 시장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언론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A씨의 정신과 상담 기록 등을 토대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성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이전부터 정씨의 범행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고 했다”며 정씨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 보통의 삶을 찾도록 해달라. 2차 피해를 멈춰달라”며 “(피해자에 대해) 서울시 내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허위) 내용들이 유포되고 있다. 서울시에서 직접 확인해 2차 가해를 막아달라”고 말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이날 남인순 의원과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고발장을 접수받아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했다고 14일 밝혔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 1일 대검찰청에 남 의원과 김 대표의 명예훼손 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12월30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김영순 대표 → 남인순 의원 →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를 경유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임 특보는 지난해 7월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사의를 표명한 뒤 대기발령됐고, 이날 임기가 만료돼 면직 처리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해 12월30일 김 대표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이날 김 대표 불신임을 의결했다. 남 의원은 지난 5일 임 특보에게 문의 전화를 건 부분은 사실이지만 “피소 사실은 유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전현진·오경민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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