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코로나19 식탁
[경향신문]
코로나19 사태가 바꾼 것은 우리 일상만이 아니다. 식탁 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직장인은 재택근무,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을 하니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최근 ‘돌밥돌밥’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해야 하는’ 고충을 대변하는 말이다. 음식을 차리는 사람도 지치고, 직장인·아이도 집밥에 물릴 만하다. 반찬 시장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14일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하반기 반찬 매출은 상반기보다 21% 증가했다고 한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반찬류 매출은 전년 대비 28.9% 상승했다.
배달음식은 코로나19 초기부터 계속 호황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집으로 음식을 배달시키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반면 점심과 저녁 시간 직장인들로 가득 찼던 도심 음식점의 상인들은 울상을 짓는다. 음식점의 식탁은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텅 빌 정도로 한산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식탁의 변화는 농어민과 판매상인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겼다. 대표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 겨울수박이다. 겨울수박은 유흥 음식점의 과일 안주로, 결혼 등 대형 행사의 고급 과일로 판매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음식점 손님이 줄고 행사들도 취소됐다. 판로가 막히면서 가격이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박 농민이 많은 경남도의 김경수 도지사가 직접 판촉에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겨울수박 사주기로 어려운 농민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달라”고 호소했다.
포항 인근의 겨울 특산물인 과메기 상인들도 울상이다. 과메기를 맛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던 구룡포항 일대 판매장은 썰렁하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와 음식점 영업제한으로 대도시의 식당·유흥주점에 대량 납품하던 것도 끊기다시피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오는 20일이면 1년을 맞는다. 코로나19가 몰고온 식탁의 변화도, 농어민들의 고민도 이제 그만 경험하고 싶다. 맛집 탐방은 고사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음식점에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기만 해도 좋겠다. 코로나19 사태가 어서 끝나 거꾸로 ‘저녁이 있는 삶’을 그리워하고, ‘따뜻한 집밥’을 먹고 싶어하는 시절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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