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집값, 주가 급등에 가계부채 폭증까지..금융시장이 보내는 이상 신호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은 989조 원으로 1년 새 무려 100조 원이 증가했다. 2004년 처음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증가한 대출의 대부분은 주택구입이나 전세대출, 주식투자에 사용됐다고 한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를 한다는 이른바 '영끌'의 결과물이다. 저금리에 도취된 개인과 가계는 더 이상 부채를 겁내지 않는 도덕적 해이의 조짐이 느껴진다.
올해 자산시장은 급등하는 가격이 '영끌' 현상을 유발했고, '영끌' 투자가 다시 자산가격을 올리는 상승작용을 가져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평균 5.36% 올라 2011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30.75% 상승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꿈의 지수로 여겨지던 3천을 단숨에 돌파하며 3100을 넘어섰다.
돈 가치가 떨어지면 자산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지만 과도한 가격상승은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빈부격차가 커진다. 자산을 가진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부가 늘어나고, 또 가진 자산을 지렛대로 또 다른 자산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으며 자산을 늘려간다. 코로나사태는 자영업를 비롯한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자산가에겐 부를 축적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전반적인 소비위축 속에서도 일부 명품매장과 고가자동차의 판매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현실은 소득양극화의 극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극심해진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훨씬 더 악화되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양극화는 결국 사회갈등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의 착시에서 벗어나 경제 양극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기업부채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의 충격을 정부 정책자금으로 근근이 버티는 이른바 '좀비 기업'들은 정부지원이 끊기고 금리가 상승하면 줄도산의 충격을 맞을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 등 그동안 우리경제를 덮쳤던 위기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왔다. 다만 자산 가격 급등, 부채급증 등의 전조 증상은 항상 있었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지금의 자산시장과 금융시장이 또 다른 경제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 임기 말이란 시기적 특수성까지 맞물려 있는 만큼 여러 돌출변수를 상정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금융안정이나 가계도산의 위험이 아니더라도 자산가격의 지나친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미리 파악하고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부동산가격 폭등 이후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잉유동성이 초래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재정통화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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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감일근 논설위원] stepha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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