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025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

강계만,이유섭,김규식 입력 2021. 1. 14. 18:03 수정 2021. 1. 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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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25년부터 친환경·사회적 책임활동을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러한 공시 의무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 적용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2019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 의무가 부과된 데 이어 2026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이를 공시해야 한다. 비재무적 성과 지표인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강계만 기자]


자산2조 상장사, 지속가능보고서 제출 현실로

금융위, ESG 공시 의무화

2030년 全코스피상장사 적용
선진국, ESG 투자 확산세
공시 의무화 기업에 '기회'
일부 기업, 비용부담 우려도

분기 보고서 공시 40% 축소

금융위원회가 14일 코스피 상장사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기업들은 "ESG 경영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장 ESG 점수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ESG 평가 결과가 기업가치와 직결되고, 금융뿐 아니라 투자자의 관심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공시 담당자는 "지난해 처음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대형 회계법인을 통했는데도 준비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비용도 수억 원 발생했다"며 "미국·중국·유럽 등에 공장을 갖고 있어서 한국 기준에 맞춰 내용을 취합하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탄소배출 등 기준이 달라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선진국의 ESG 공시 의무화, 글로벌 펀드들의 ESG 투자 확대와 맞물려 이참에 한국 기업도 ESG 경영으로 속도감 있게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SG 시장 확대가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기회일 수 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ESG 작성 의무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부담되지만, 가이던스가 명확히 나오고 사전조율 과정을 거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ESG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 ESG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문제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지배구조를 포함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중에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제시하기로 했다. 가이던스에는 ESG 정보공개 일반 원칙뿐 아니라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예시, 평가 절차와 이해관계자 소통채널 우수 사례, 공지지표 국제표준 등이 담긴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해 지속적으로 자율 공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국내에선 현재 매년 100여 개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이 중 거래소에 공시하는 회사는 20개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이어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야 한다. 현재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11곳에 적용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의무 역시 2022년(1조원 이상)과 2024년(5000억원 이상)을 거쳐 2026년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적용된다. 금융위는 스튜어드십코드 시행 성과를 평가하고, ESG 관련 수탁자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의결권자문사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인공지능(AI)으로 기업별 ESG 현황을 실시간 분석하는 지속가능발전소의 윤덕찬 대표는 "재무 정보처럼 모든 투자자가 ESG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투자 리스크와 기회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며 "ESG 정보 공개는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 금융, 나아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ESG 공시를 의무화한 국가는 세계 20개국 안팎이다. 노르웨이 등과 같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는 국가도 있고, 사업보고서나 별도 서식 내부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국가도 있다. 이는 ESG 공시 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율적으로 ESG 공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2011년엔 지속가능보고서를 20%밖에 발간하지 않았으나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90%까지 늘어났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 화두여서 영국이 국제적 규범으로 격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번 공시제도 개편을 통해 기업들의 작성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활용도는 낮고 작성 부담은 컸던 분기보고서를 핵심 정보 중심으로 개편해 공시 항목을 40%가량 줄이기로 했다. 공시특례 대상인 소규모기업 범위를 기존 '자산규모 1000억원 미만'에서 '자산규모 1000억원 또는 매출액 5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강계만 기자 / 이유섭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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