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알박기 낙하산' 내려오나..올해 공공기관장 절반 이상 교체

김남준 2021. 1. 14. 18: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공공기관장 절반 이상이 공석 혹은 임기만료로 교체된다. 캠·코·더 형 낙하산 인사가 대거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기획재정부 청사. [사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장 절반 이상이 올해 공석 혹은 임기만료로 대거 교체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의 공공기관장 선임이 차기 대선을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정권 막바지에 친여 인사들을 공공기관 대표로 내려보내는 이른바 ‘낙하산 알박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관장 절반 이상 올해 교체

상반기 교체예정 주요 공공기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197곳(57.9%) 기관장이 공석 혹은 임기만료로 교체 예정이다. 변창흠 전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2곳은 이미 기관장 자리가 비었다. 강원랜드 등 기관장 임기가 끝나 공모절차를 기다리는 곳도 22곳이다. 이들 기관 외 올해 기관장 임기 만료를 앞둔 곳도 163곳에 이른다. 통상 공공기관장 임기가 3년임을 고려하면, 정권 초인 2018년 임명됐던 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를 앞뒀다.

특히 상반기 공공기관 수십곳이 기관장을 교체한다. 주요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4월 21일)과 한국수력원자력(4월 4일)은 물론 중부·동서·남동 발전(2월 12일)과 서부·남부 발전(3월 7일), 석유공사(3월 21일) 기관장들이 줄줄이 상반기에 임기를 마친다.


‘캠·코·더’ 재연되나…‘정권 말 알박기’ 우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대선공약으로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를 기관장과 임원으로 대거 앉혀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337곳 중 108곳(지난해 9월 기준) 기관장이 캠·코·더 출신으로 분석됐다. 공공기관 3곳 중 한 곳이 정치권 낙하산으로 채워졌단 얘기다.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466명이 캠코더 출신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마지막 공공기관장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난 21대 총선 낙선자나 정권 초에 자리를 받지 못했던 여권 인사들의 선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는 반대로 지금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는 더 많아지고 있다”며 “정권이 바뀔 경우를 대비해서 이번에 알박기 차원에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장 심사위원을 역임했던 한 교수는 “이번이 아마도 이번 정권 마지막 최악의 ‘내 사람 챙겨주기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모절차에 들어간 일부 기관은 벌써 정치권 출신 인사가 지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에는 김춘진 전 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정부 대선캠프 출신인 유병만 전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이 경합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후임 회장에도 김우남 전 의원이 지원했다.


“기관장 자격 요건 강화해야”
업무 전문성 없이 채용하는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이끄는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정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예산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쌈짓돈이 된 사례들도 많다. 또 권력의 측근이 공공기관장이 됐다는 이유로 과도한 지원금을 받는 사례도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분석한 ‘2016~2020년 각 부처 관할 공공기관 및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지급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지원금은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했던 김용락 이사장이 취임한 후 2017년 38억원에서 2020년 17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도 문재인 후보 미디어특보단이었던 이승열 이사장 임명 후 지원금이 2018년 25억원→ 2020년 175억원으로 7배 뛰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는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효율성·합리성 같은 주된 임무를 버리고 공공 기능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운영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본래 운영 목적이 훼손되면서 근본적으로 공공기관들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장 지원 기준을 좀 더 좁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치권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게 불가피 하다면, 최소한 해당 분야 전문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게 자격 요건을 강화하자는 말이다.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격 요건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그 조직에 대한 이해 등이 당연히 사전에 검증돼야 한다”면서 “정치인들이 자신을 도와줬던 이들에게 ‘논공행상’ 식으로 자리를 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 국가운영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