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경쟁력 10년간 후퇴..층고제한 풀어 입체도시로"

손동우,김태준 2021. 1.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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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uild 서울' 전문가 좌담회
용도·층고제한 위주 현행규제
1966년 만든 개념 그대로 사용
도시계획 근간부터 다시 고쳐야
런던·도쿄 국가 성장 이끄는데
서울은 '기생충'처럼 역할 못해
2040 서울플랜 새로 만들때
'10년후 글로벌톱3 도시' 등
구체적 목표 정해 시민과 공유
가격 조금만 들썩거리면 포기
100년 내다보는 시장 필요

◆ 2021 신년기획 Rebuild 서울 ⑥ ◆

서울은 한강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층고 규제 때문에 강변에 성냥갑 아파트만 가득 들어서 있다. 전문가들은 용도지역을 중심으로 한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차원에서 서울을 `리빌드(Rebuild)`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매경DB]
현재 서울의 뼈대는 1966년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등장한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서울의 도시 공간 구조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한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이 될 동안 '국가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는 낙후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 대한민국 철도교통의 핵심인 서울역~용산역 철로 지하화는 공회전 중이다. 세운상가 등 도심 재개발 역시 요원하다.

매일경제는 최근 'REbuild 서울' 시리즈를 통해 서울의 미래 도시계획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제시했다. 지난달엔 민간 전문가를 초청해 좌담회도 열었다. 김선걸 매일경제신문 부동산부장 사회로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피데스개발 대표),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 부회장이 참석해 2시간 넘게 의견을 나눴다.

―지금까지 서울의 도시계획을 평가한다면.

▷정병윤 부회장=용도 지역을 근거로 해 층고 규제 식으로만 가다 보니 서울 모습이 천편일률적이다. 과연 경제 10위 대국 수도의 모습이 맞는지 화가 난다. 다양성도 없다.

▷정창무 교수=2011년 1분기~ 2020년 1분기 집값이 서울이 181%, 경기가 125%, 인천은 123% 올랐다. 그런데 2016년 이래 서울의 행복도는 계속 떨어졌다. 자부심도 2017년 이후 떨어졌다. 2020년 갤럽이 160개국 186개 대도시 시민의 행복 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의 행복도는 83등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한 일은 많지만 시민 자부심도 오르지 않고 행복도도 떨어지고 교통 속도도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악화됐다. 도로 건설을 안 하니까. 과거 10년간 서울은 모든 면에서 후진했다.

▷김승배 대표=토지는 입체적·복합적으로 써야 한다. 3차원 계획이 필요한데 지금은 평면 도시계획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나치게 용도지역제에 매몰돼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잠실 같은 곳은 상업 기능으로 활용이 가능한데, 잠실주공5단지는 3종 주거지역이다. 선릉역도 환승지역임에도 2종 주거지역이다. 도시계획을 제대로 하려면 역 반경 100m까지를 상업지로 해야 한다. 더블·트리플 역세권이라면 반경을 더 넓혀야 한다. 서울 준공업지역을 활용한다고 하는데 20년 넘게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제조업체가 없는 곳도 준공업지역으로 그대로 남아 있는데 특혜 시비, 개발이익 사유화 등을 우려해 손을 못 댄다. 도시 전체가 아니고 용지 하나하나 가지고 고민한다. 도시 전체를 놓고 미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2040 서울플랜이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정 교수=정부나 서울시가 착각하는 게 서울의 경쟁력이다. 경쟁력이 전혀 없다. 서울시가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게 아니라 기생충이 돼버렸다. 런던이나 도쿄는 국가의 경제 성장을 선도하는 엔진이다. 서울은 막말로 하면 경기도의 피를 빨아먹는 수준이다. 특허 한 개당 종사자 수는 서울이 3등이다. 대전은 56명, 경기가 107명, 서울이 113명이다. 전국 대비 서울이 뛰어난 건 금융과 보험업, 교육 서비스업, 전문가 기술 서비스업 정도다. 늙어서 망가지고 있다. 서울이 잘나가는 도시가 아니니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지금까지 서울 내 법인이 몇 개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계획을 짰다. 대략 300만개로 추산되는데 서울시는 얼마나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가 다 있는가. 법인 불편을 해소해줘야 한다. 세금 내는 만큼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경제 개발이든 규제 완화든 법인을 의식하지 않는다.

▷김 대표=도시계획 운영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서울이 지향하는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글로벌 톱3가 되겠다든가 하는 계량화된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그 안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지금처럼 이곳저곳 중심 생활권을 만들다 보니 잡탕밥이 됐다. 도시를 끌고 가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정 부회장=비전이 너무 추상적이면 만드나 마나다. 예를 들면 자가 비율 80%를 목표로 하는 등 와닿게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충분한 일자리, 주택, 문화, 4차 산업 기술 선도라는 것들이 반영돼야 한다. 교통시설 확충 등 요소별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정 교수=계획 수립 과정에 문제가 있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조각상을 전문가 10명이 모이면 만들 수 있나. 지금은 네이버 지식인처럼 집단지성으로 도시계획을 세우는 식인데 한번도 집단지성으로 비전을 만든 적이 없다. 사람 의견을 듣는 것과 비전을 세우는 건 다르다. 작동 가능하게 만드는 건 몇몇 천재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게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식으로 창의가 나오면 바로 헛소리로 치부된다. 예컨대 10㎞ 높이에 달하는 수직도시를 제안하면 한국에서는 아예 논의가 안 된다.

―35층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표=층고 규제는 난센스다. 획일적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

▷정 교수=위원회가 규제하면 입증 책임을 위원회가 지도록 해야 한다. 결정하는 건 좋은데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새로 선출될 서울시장에게 바라는 건 뭔가.

▷정 부회장=새로운 형태의 주택 공급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환매조건부 주택은 현실성이 없다. 이익공유형 주택을 제안한다. 10년 뒤 팔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이익을 반반씩 나누는 것이다. 그러면 일반인의 주택시장 참여 기회가 늘어나지 않을까.

▷정 교수=맷집을 키워라. 개발 계획을 내놨다가 부동산 시장이 들썩한다고 바로 철회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석 달을 버티면 된다. 시장이 맷집이 없으니 제대로 된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없다. 두 번째는 서울시 이익을 위해 싸우라는 것이다. 왜 서울시민의 이익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의 이익을 대변하는가.

▷김 대표=서울 주택정책은 토지정책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토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1000만명이 사는 수도 서울은 큰 도시다. 서북권, 동북권, 서남권, 동남권, 도심권에 각각 맞춤형 과제 해결이 필요한 곳이 서울이다. 서울을 단순하게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모순이 쌓일 것이다.

―용적률 거래제 같은 걸 할 수 있을까.

▷김 대표=필요성은 다 공감하는데 그 땅에 등기할 때 표시해서 관리가 안 되면 문제다. 명확히 사후 관리가 돼야 한다.

▷정 교수=우리나라는 개발 주체가 너무 많다. 제도를 시행하려면 하나의 관리 주체가 담당해야 한다. 이게 돼야 등기에 등재하거나 할 수 있다.

▷정 부회장=도쿄역은 용적률을 거래해 압도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었다. 공공부문이라도 먼저 안 쓰는 용적률을 민간에 팔아서 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공공부문이 시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경부선 지하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표=서울에는 광역도로가 굉장히 많다. 서부·동부간선도로 등이 있는데 땅이 부족한 서울을 도로로만 쓴다는 게 자원 낭비다. 도로 위에 일본처럼 뭔가 복합적으로 지을 수 있다. 서울의 토지 부족을 이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속도로는 도시 구조를 확실히 갈라놓는 벽이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계산해보면 (지하화는) 사업성이 다 있다. 강남과 강북이 동시에 해야 한다.

▷정 부회장=제도적으로는 문제없고 의지의 문제다. 지하화하고 남은 상부를 어떻게 개발할지는 민간에 맡기면 된다.

―국회 이전 논의는 어떻게 될까.

▷정 교수=서울 시민이 반대해서 논의도 안 될 거다. 혹시 이전한다면 여의도는 금융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 거래소 기능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전자화폐를 기반으로 한 주식거래 시장을 만들거나 제3의 증권거래소도 만들 수 있다.

▷김 대표=국회가 이전한다면 서울에는 기회다. 오래된 시범아파트를 상업지로 바꾸고 직주 근접의 맨해튼으로 만들 수 있다. 서여의도가 난쟁이인데 국회 자리에 100층을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언하고 싶은 말은.

▷김 대표=서울의 마지막 기회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도시가 돼야 한다. 창조 계급이 오게 하려면 글로벌 기업 본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져야 한다. 동북아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를 만들려면 그에 걸맞은 주거·교육·의료·쇼핑·문화시설이 있어야 한다.

▷정 교수=큰 방향을 정해야 한다. 남한만의 수도라면 세종이 낫다. 한반도, 만주, 몽골, 연해주로 뻗으려면 지금부터 평화적이고 경제적인 '제국의 수도' 기능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공공 주도 공급으론 전세난 못잡아…민간이 뛰게 하라"

공공은 돈도없고 능력도 부족
민간의 보조수단에 불과해

용도지역·층고규제 없애고
양도세·재건축규제 완화가 답

'REbuild 서울' 시리즈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점점 심해지고 있는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효과적인 공급 방안 등이 논의됐다. 그들은 "정부가 공급 부족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공공 위주의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민간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난에 대해선 △금융규제 완화 △양도세 한시 인하 등을 통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해 임차 수요가 매매 수요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부동산 화두는 뭘까.

▶김 대표=공급 부족에 대한 인식은 다 있다.이슈가 되는 건 공공과 민간의 비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공공의 역할이 커야 한다고 보고, 다른 사람들은 조합이 주가 돼야 한다고 본다. 뉴타운 이슈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쓸 수 있는 주택을 만드냐가 문제다. 주택 매입 플레이어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걸 공공이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조합 공급을 늘리고 여기에 공공이 보조하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

▶정 부회장=실효성 있게 공급하는 게 화두다. 공급 부족의 이유는 공공성 강화다. 공공이 돈도 능력도 없는데 다 하려다 보니 안 된 것이다. 민간이 들어가야 한다. 특혜가 들어가면 환수하면 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밝힌 역세권 개발은 좋지만 공공성을 강화하면 제대로 안 될 것이다. 땅은 충분하다. 35층 높이 제한을 풀고, 재건축을 허용하면 15만가구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 해제된 뉴타운을 다시 추진하면 25만가구다. 학교를 꼭 단층으로 할 필요는 없다. 일본은 고층 학교도 있다. 밑에 학교를 짓고 위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민간이 아이디어를 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교수=앞으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또 나오면 어떻게 할 건가. 지금처럼 고밀도로 지어야 할까. 후보들이 아마 여기까지 공부하고 나오지는 않을 거다.

―전세난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 부회장=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만 해도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다. 전 정부의 뉴스테이 방식도 있다. 5%만 수익을 보장하면 어디든 찾아서 지을 것이다. 절차만 완화하면 금방 가능하다.

▶김 대표=전세는 자가로 가는 징검다리다. 전세 수요를 자가로 옮기면 전세 시장 압력이 낮아진다. 자가 주택을 많이 공급하면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많이 넘어온다. 넘어올 때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 금융을 늘려줘야 한다. 자가 주택 공급이 안 되고 금융을 줄이니 부글부글하는 것이다. 이 두 개를 해결해야 한다.

▶정 교수=공급을 늘려야 전셋값을 잡는다. 다가구·다주택은 석 달이면 공급할 수 있는데 이것도 문제가 있다. 이미 서울시는 경험이 있다. 2009년에 만든 도시형 생활주택이 서울시의 골칫거리다. 가구당 주차대수가 0.4대니 인기가 없다. 갑자기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서 용적률을 풀고,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해서 골칫덩어리를 만들면 더 큰 문제다. 아주 싼 주택은 지금 전세난이 없다. 지금 문제는 중산층 초입계층이다. 3~5분위 사람들이 살 곳이 없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정리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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