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싶은 정세균의 꿈..친문은 날개를 달아줄까?

노지원 2021. 1. 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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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세균의 총리 1년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대선 때부터 대선 예비주자로 여러 여론조사에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좀처럼 뜨지 않았다. 장관과 당대표, 국회의장까지 맡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대선주자 선호도는 한 자릿수 초반을 맴돌았다. 한때는 ‘2프로가 한계’라는 말까지 당내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14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정세균 국무총리 얘기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취임 일성으로 임기를 시작했지만, 엿새 만에 코로나19 첫 국내 확진자가 나오면서 1년 내내 방역 일선을 떠나지 못했다. 코로나 3차 대유행과 백신 확보 지체로 ‘흠집’이 나긴 했지만, 정부의 방역 조치를 진두지휘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케이(K)-방역’에 대한 호평을 이끄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 이낙연·이재명과 다르다?…잦아진 차별화 시도

“(총리로서)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말을 아끼지만, 그가 20대 대통령을 뽑는 내년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의 주변 인사들도 “점점 ‘정치인 정세균’으로서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최근의 정 총리 모습에선 ‘행정가 총리’보다는 대선을 준비하는 직업 정치인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실제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차별화를 꾀하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 지사가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이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선 이견을 드러내는 것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그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글에서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대방의 ‘신경’을 긁을 수 있는 ‘단세포적’이란 표현을 쓴 것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내용 역시 이 지사가 주야장천 이야기해온 ‘지역화폐로 전국민 지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낙연 대표가 ‘코로나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면서 내세운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정 총리는 “저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14일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생하자는 것에는 적극 찬성을 한다”면서도 “어떤 것을 제도화하려면 국민적인 공감대가 먼저 이루어진 후에 논의가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집권여당 대표를 위해 ‘정책을 이야기하기 앞서 디테일과 여론을 살피라’는 충고다.

■ 지지율 한 자릿수 초반…높기만 한 ‘마의 5% 벽’

정 총리 앞에 따라붙는 수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만 빼고 다 해 본’이다. 17대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엔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장, 원내대표를 모두 역임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까지 지냈으니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각 경험도 풍부하다.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는 모든 정부 부처를 관할하는 국무총리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성품이 온화하고 여야에서 두루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안 뜬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9~11일 실시한 조사에서 정 총리는 범여권 차기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4.2%를 얻는 데 그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8.2%), 이낙연 대표(15.3%)에 이어 세 번째이긴 하지만 한 자릿수 초반이다. 여야 주자를 모두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 떨어진다.

정치인으로 쌓아온 화려한 경력에도 대중에 대한 소구력이 낮은 원인에 대해 “관리자적 이미지가 강하다”라는 분석이 많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러 차례 임명직을 지내고 국회의장을 하면서 원로이자 중간자적 역할을 해온 터라 무난한 관리자라는 인식이 강한 듯하다”며 “내각책임제 국가라면 총리로서 이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대통령제 아래서는 결국 시민들의 선택을 끌어내는 카리스마의 유무가 관건이다”라고 짚었다. 그를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관리자 이미지인 데다, 정치인에 필요한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까지 여권 지지층은 조정·소통의 리더십보다 개혁 국면이 요구하는 ‘선도형·돌파형 리더십’을 갈구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 ‘방계 친노’ 상대적 강점…친문 ‘결핍’ 채워줄까?

그가 여권의 ‘유력 대안’으로 도약하려면 여러 선호도 조사에서 나타난 ‘마의 5%’ 벽을 깨뜨리는 게 급선무다. 최소 7∼8%까지는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만 된다면 ‘적통 후보’에 목 마른 ‘친문재인계’가 그를 유효 대안으로 고민할 여지가 생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 프리미엄으로 유력 주자로 떠오른 이낙연 대표가 당대표 취임 뒤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데다, 선두로 치고 나온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노’에서 ‘친문’으로 이어지는 주류 계보와 정서적 거리감이 적지 않다는 점은 그에게 기회 요인이다. 오랜 기간 ‘방계 친노’로 지금의 친문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정 총리 쪽에서도 “시기적으로나 역학 구도 상으로나, 승부수를 던질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정 총리의 한 측근은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뚫고 나갈 공간이 협소하고 어려운 건 분명하다”면서도 “추격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반전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딱부러진 입장을 더 자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직계·적통’이 없는 친문에게 차기 대선후보는 ‘전략적 선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 선택에는 누가 상대당 후보를 이길 것이냐는 ‘본선 경쟁력’ 뿐 아니라, 당선된 뒤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후보가 누구냐는 ‘정치적 신뢰’라는 또 다른 기준이 함께 작용할 것이라는 게 당 안팎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관측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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