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방침에.. 국회도 못본 '정인이 사건'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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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법무부가 '유족이 없는 사건'에 한해서라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가해 양부모 측은 공소장을 받아 공판준비를 할 수 있지만, 검찰이 어떤 혐의로 어떻게 기소했는지는 첫 공판 전까지 국회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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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없는 사건 권리보장 소홀 우려
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법무부가 '유족이 없는 사건'에 한해서라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가해 양부모 측은 공소장을 받아 공판준비를 할 수 있지만, 검찰이 어떤 혐의로 어떻게 기소했는지는 첫 공판 전까지 국회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유족이 없는 사건의 경우 국회나 공신력을 갖춘 기관의 요청에도 공소장을 비공개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억울해진 유족 없는 사건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방침은 추미애 장관 취임 이후인 지난해 2월께 마련됐다. 법무부는 이후 최소한 첫 공판이 열리기 전까지는 국회의 공소장 공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공소장 공개는 지난 2005년 참여정부가 세운 규칙이다. 사법개혁과 국민 알권리 충족이 이유였다. 국회는 언제든 관심 사건 공소장을 요청해 검찰의 기소가 적절한지, 피의자의 주요 혐의가 무엇인지 등을 검증했다. 언론이 국회를 통해 공소장을 받아 검토하고 보도하는 관행도 정착됐다.
추 장관이 공소장 공개를 막은 데는 일부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 정치적 사건에서 일부 언론이 입수한 공소장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하며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 한 관계자는 "원래 기소가 되면 인적사항을 지우고 줬는데 추 장관님 오셔서 조국 공소장을 달라고 야당 쪽에서 계속 이야기하니 그때부터 안 주기 시작했다"며 "법무부 방침이 그렇고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개정을 해서 검언유착 같은 거에 대비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피해자 측이 형사재판에서 검찰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와 유족이 없는 사건의 권리보장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당초 정인이 사건이 그랬듯, 살인죄로 기소가 가능함에도 형이 가벼운 아동학대치사죄만 적용되는 경우에도 공소장을 보지 못하면 검찰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검찰의 기소사실이 충분치 않으면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지 못할 우려가 크다. 검찰이 심판을 청구한 사실에 대해서만 법원이 판단하도록 하는 불고불리의 원칙 때문이다.
실제로 조두순 사건에서도 검찰이 형이 무거운 성폭력처벌법 대신 일반형법을 적용하는 등 오류를 범해 조씨가 죄에 비해 가벼운 징역 12년형만 받고 출소한 사례가 화제가 됐다.
■검찰개혁 일환? 예외는 둬야
유족 없는 피해자와 달리 피고인 측은 공소장을 받아 향후 공판을 준비할 수 있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법원이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역시 공소장을 열람하고 복사할 수 있지만 유족이 없는 사건에선 불가능하다. 유족 없는 사망사건에서라도 공소장을 국회와 언론 등에 공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정인이 사건에서도 국회 다수 의원실에서 법무부에 정식으로 공소장을 요청했으나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한 관계자는 "형사사건은 민사와 달리 피해자가 직접 재판 당사자가 되지 못하고 검찰이 대리하게 된다"며 "그간 여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검찰이 제 역할을 못할 수도 있는데 공소장까지 공개하지 않으면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의 일환이라며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했지만, 도리어 검찰권이 남용될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인양 가해 양부모를 엄벌에 처해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곽모씨(40대·여)는 "정인이는 가족한테 맞아서 죽은 건데 유족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유족 없는 사건은 공소장을 제3의 다른 기관에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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