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알아야 시집 갈 수 있다"..피해자가 진술한 박원순의 문제발언

홍혜진 2021. 1. 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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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성폭행' 서울시前직원
1심서 징역 3년 6개월 선고
"박원순 前시장의 성추행으로
고통 받은 건 틀림없는 사실"
재판부, 판결문에 추행 적시
경찰 부실수사 논란 커질듯
檢 '朴피소 유출' 남인순 수사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피해자가 고통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법원 판단은 동료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재판부가 선고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사실로 전제하면서 의혹을 전혀 규명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한 경찰은 부실 수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선고와 함께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직장 동료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는 서울시청 공무원이라는 점이 언론에 보도돼 2차 피해를 입어 사회 복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일 전날이었던 지난해 4월 14일 서울시장 비서실 전·현직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만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수년 전부터 박 전 시장의 의전 업무를 해오다가 이 사건으로 직위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부는 법정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언급했다. A씨가 재판에서 "피해자가 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이지, 나로 인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인물과 동일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병원에서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여러 취지로 진술했다"며 "주요 내용으로는 박 전 시장 밑에서 근무한 지 1년 반이 지난 이후부터 박 전 시장이 '냄새를 맡고 싶다' '몸매가 좋다' '사진을 보내달라' 등 성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나 속옷을 입은 채 찍은 사진을 보냈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2019년 1월께 피해자가 부서를 옮긴 뒤에는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 '성관계를 알려주겠다' 등 말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의 피해자 진술에 비춰 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가 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A씨의 성폭행이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심각하게 자살을 고민했고, 무의식인 와중에 범행의 대상이 됐다는 데 대한 자책감 등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게 됐다"고 했다.

재판부가 사건을 선고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사실로 전제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은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고소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사건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 7명에 대해서도 경찰은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숨진 뒤 5개월간 수사했지만 실체적 진실은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피해자 측은 '경찰이 작성한 송치의견서 내용을 공개하라'고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정보 공개 청구를 했지만 지난 11일 기각됐다.

한편 검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북부지검은 14일 이 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에 배당했다. 형사2부는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경위를 수사했던 부서다. 앞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 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검찰에 남 의원과 김 대표가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유출해 성추행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는지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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