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달러 현상금 美 총기살인범.. 가족이 한국에 있다는데..

30년전 차이나타운 총기난사범 현상금 3만달러 내걸어
뉴욕 거쳐 홍콩으로 도주 뒤 방콕서 종적 감춰
FBI "범인 가족이 한국에도 살고 있어"

“탕! 탕! 탕!” 1991년 1월 12일 이른 아침. 어둑한 공간에 사내 세 명이 들어자마자 총성이 터졌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피할 새도 없이 날아드는 총탄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다섯명이 죽고 한 명은 중상을 입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범인들은 마치 총살형을 집행하듯 희생자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80~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 장면 같은 상황이 펼쳐졌던 곳은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 불법 도박장이었다.

미 FBI가 현상금 3만 달러를 내건 보스턴 차이나타운 총기난사 살인범 흥티엔팜의 수배 포스터. 왼쪽은 범행 당시 서른살 모습. 오른쪽은 현재 나이 예순살을 가정하고 추정해서 만든 몽타주이다. /FBI

총기난사로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뒤 현장을 떠나 30년째 오리무중인 도망자에게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다. FBI와 보스턴 연방검찰·보스턴 경찰은 ‘보스턴 차이나타운 대학살(Boston Chinatown Massacre)’로 알려진 총기난사사건 발생 30주년을 맞아 아직도 잡히지 않은 용의자인 중국계 베트남인 흥 티엔 팜(60)에게 3만 달러(약 3294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고 12일(현지 시각) 밝혔다.

FBI는 이날 범행 당시 검은 곱슬머리를 한 서른살의 팜의 사진과 함께 예순살이 된 현재의 추정 몽타주도 함께 공개했다. 특히 FBI는 “팜의 가족들은 미국 외에 한국과 베트남에도 거주하고 있다”고 밝혀 이 사건 수사와 한국과 별도의 연관성이 드러날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1991년 1월 12일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보스턴 차이나타운 총기난사범행현장 사진. 당시 이곳에서 불법 도박이 이뤄지고 있었다. /FBI

명문대들이 몰려있는 교육도시로 유명한 보스턴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경찰과 FBI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세 명의 용의자를 특정한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7년 뒤 중국에서 용의자 남 더 탐과 시니 반 트란의 소재가 확인됐다. 현지에서 검거된 둘은 중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2001년 미국으로 송환돼 2005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범행한 팜은 잡히지 않았다.

그는 범행 나흘 전에도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현지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 연쇄살인범이었던 셈이다. 범행 뒤 팜은 부인과 두 자녀를 남겨둔 채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로 가서 도박을 즐긴 뒤 뉴욕으로 간 다음 2월 1일에 홍콩으로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1년 1월 12일 보스턴 차이나타운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진 직후 현장이 폐쇄된 모습. /FBI

이후 1990년대 후반 태국 방콕에서 팜의 소재가 확인다는 정보가 수집됐지만, 이후 종적을 감췄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팜은 북부 베트남 몽카이의 중국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범행 당시 그는 베트남 국적자이면서 합법적 미국 영주권자였다. 영어·베트남어·중국어에 모두 능했던 팜은 1980~90년대 보스턴·필라델피아·시카고 및 캐나다 토론토까지 세력을 떨쳤던 아시아계 범죄조직 ‘핑온(Ping On)’의 핵심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여러개의 가명을 쓰면서, 고급 자동차를 즐겨 몰고, 사치품과 고급 코냑을 즐기는 등 호화스럽게 살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이날 수배 사실을 밝히면서 “팜의 가족이 샌프란시스코와 한국, 북부 베트남에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팜과의 구체적인 관계 등 세부적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보스턴의 관광명소였던 차이나타운은 범죄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혀 오랫동안 황폐화됐다고 한다. FBI 보스턴 지국의 조지프 R. 보나볼론타 특별요원은 “이 총기난사사건은 보스턴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살인사건 중의 하나였고, 희생자들과 유가족은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팜이 범죄의 대가를 치를 수 있게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