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경기중 공 안선다고 투덜대기 있기 없기?
수비형 동호인은 피곤하다며 기피하는 경향
"공격으로 허물겠다" 즐기는 마인드 어떨까 하~이런의>
"공이 왜 이렇게 안 서지? 칠 게 없네.”
3쿠션 경기에서 득점하기 어려운 배치가 잇달아 놓이면 고민이 깊어진다. 이런 저런 득점 설계도를 떠올려보지만 답을 못 찾는다. 그러다 보면 인터벌이 길어지고 제한시간 40초를 다 써버리기도 한다. 상대방이 스스럼없는 사이라면 읍소한다. “공 좀 주라.”
3쿠션 동호인에겐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고점자보다는 난구(難球) 풀이에 약한 저점자가 더욱 공감할 듯하다.
보통 3쿠션 경기에선 손쉬운 배치와 난구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어지간한 고점자가 아니라면 공 배치 난이도가 승부를 가를 때가 많다. 즉 득점하기 쉬운 배치를 많이 받으면 승률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패배를 맛볼 가능성이 크다.
운이 따라주지 않는 날엔 키스에 의한 난구도 수차례 놓인다. 이를 테면 상대방이 샷을 한 뒤 키스가 발생해 득점에 실패했는데, 공 배치를 보니 해결책이 아득하다. 내볼은 이쪽 단축에 붙어 있는데, 앞공과 뒷공은 반대편 단축 근처에 있는 게 아닌가.
상대방이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완벽한 수비(디펜스)가 이뤄진 것이다. 이럴 땐 그저 “안 되는 날이네”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게 건강에 좋다.
이런 동호인은 치밀한 공격 설계와 적절한 힘 조절을 통해 난구를 빚어낸다. 디펜스 플레이에 거듭 애를 먹고 나면 피로가 쌓인다. 난구 앞에서 고민을 자주 하니 경기 시간도 길어진다. 저점자라면 멘탈이 붕괴되고 샷도 망가진다.
이런 이유로 수비형 동호인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20점대 중반 점수를 놓는 한 동호인은 필자에게 “디펜스 플레이를 하는 A씨와는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 피곤하고 재미도 없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여기서 짚어볼 게 있다. 디펜스 플레이는 당구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인가. 수비형 동호인은 피하고 싶은 ‘더티 플레이어’인가.
디펜스 플레이는 상대방에게 득점하기 어려운 배치가 놓이게 하는 행위다. 즉 득점을 노리지만 실패하더라도 상대방이 난구를 만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그 중엔 자연스러운 플레이도 있고, 노골적인 플레이도 있다.
20점대 초중반 점수대 동호인만 해도 특정 배치에선 디펜스 플레이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유형이 빨간공을 뒷공으로 선택하면 득점 확률이 높은 경우다.
다시 말해 내공이 상대방의 큐볼(흰공 혹은 노란공)을 먼저 맞힌 뒤 빨간공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이 때 내공이 빨간공 근처에 서도록 힘을 조절하면 득점이 안되더라도 상대방에게 어려운 배치를 선사할 가능성이 크다. 득점을 우선시하면서 수비까지 고려한 자연스러운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빨간공을 먼저 맞혀야 득점 가능성이 높은데도 빨간공을 뒷공으로 삼아 힘 조절을 한다면? 이는 작정하고 수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대방이 노골적인 디펜스 플레이로 일관하면 은근히 짜증이 날 것이다. 그가 얄미워 보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그것도 하나의 경기 운영 방법인데 어찌하겠는가.
축구나 야구도 다르지 않다. 후반 3분을 남긴 상황에서 2대1로 앞서고 있는 팀이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보강하지 않는가. 승리를 굳히려고 9회에 강력한 마무리투수를 내보내지 않는가.
35점을 놓는 고점자와 수차례 경기하면서 느낀 게 있다. 그가 선택한 공격 설계도는 자연스러워 보였는데도, 필자가 샷을 할 차례가 되면 어려운 배치가 자주 놓였다. 대부분 경기가 그랬고, 15점을 따내는 것도 버거웠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고점자는 역시 고점자’였다. 멋진 샷으로 연타를 날리면서도 적절히 빗장을 걸어 잠그는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고점자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그게 저점자의 처지다. 그런 서러움을 떨치고 싶으면 점수 내는 방법, 즉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그런 면에서 디펜스 플레이는 순기능도 갖는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격력 향상 노력을 유발하고, 그런 과정이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비에 능숙한 동호인을 기피할 것인가? 그럴 거라면 굳이 다양한 사람과 경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냥 상대하기 쉬운 저점자만 골라 경기를 하면 된다. 그것도 아니면 혼자 손쉬운 공 배치를 놓고 맘껏 점수를 내면 그만이다.
그는 내심 “맘껏 빗장을 걸어 잠그세요. 얼마든지 풀어낼테니”라는 자신감을 독자들이 갖길 바란 것은 아닐까.
이제 수비형 동호인과도 즐기면서 경기를 하자. “오늘은 수비벽 뚫는 테스트를 하는 날”이라며 긍정 마인드로 임하자.
공이 안 선다고 투덜대지도 말자. 투덜대는 동호인을 본다면 이렇게 ‘아재개그’로 응수하자. “공 3개 모두 구르다가 힘이 다해 섰는데 왜 안 선다고 하는가?”
[진성기 편집위원 / 당구칼럼니스트 ha-e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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