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울산 당첨자, 중도금 대출막혀 '발동동'
"청약 때는 규제 없었다" 분통
1주택자 분양받아 2주택 되면
2년내 처분 약정해야 대출 가능
다주택자는 무조건 대출 금지
정부가 지난달 18일 대구와 울산, 부산 등 4개 광역시를 비롯한 총 36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아파트 청약 당첨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중도금 대출을 받기 위해 기존 보유 주택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규제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분양받을 때는 대부분 중도금 대출을 받는 걸로 가정해 자금 계획을 세운다”며 “자칫 대출을 못 받아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주택 팔아야 중도금 대출 가능”
지난해 7월 대구 서구 서대구역 반도유보라센텀(1678가구) 전용면적 72㎡(4억1000만원)를 분양받은 김모씨(38)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 서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작년 8월에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대구 중·동·서·남·북·달서구, 달성군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자(분양권 포함)는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3주택자는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는 중도금 은행 선정일에 따라 달라진다. 조정대상지역이 된 지난해 12월 18일까지 계약을 했더라도 시행사인 조합이 그 이전에 중도금 대출 신청을 완료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중도금 대출 관련 문의에 대해 “조정대상지역이 된 12월 18일 이전에 중도금 대출을 신청한 단지에 한해서만 종전 기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 달 만에 1차 중도금 약 4000만원을 구할 수 없어 최근 제2금융권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부모님이 살고 있어 매도하기 어렵다”며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에 계약한 소비자는 구제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김씨 같은 사례는 울산, 부산 등 다른 지방광역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작년 7~11월에 분양이 많았던 대구에서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에서 지난해 7~11월에 분양한 10개 단지 8461가구가 이 조건을 적용받는다. 지난해 7월 청약 신청을 받은 서대구역 반도유보라센텀과 동대구 2차 비스타(524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에 분양한 울산 중구 복산동 번영로 센트리지(1655가구)와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830가구) 등도 영향을 받는다. 이 단지의 분양자들은 지난해 8~9월 계약을 맺었지만, 12월 18일 이후 중도금 대출 은행이 지정돼 낭패를 보게 됐다. 동대구2차비스타 계약자인 이모씨(42)는 “갑작스러운 정부 대책으로 자금 계획이 틀어져버렸다”며 “사실상 소급 규제이니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분양권 매수자도 발 동동
지난해 12월 18일 이전에 지방광역시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가 뒤늦게 중도금 대출이 막힌 사람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일 대구 동구 신천동 신천센트럴자이 전용 84㎡ 분양권을 매수한 안모씨(33)는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는 은행 설명을 듣고 매수를 후회하고 있다. 그는 “계약을 취소하고 싶지만 매도자가 배액배상을 요구해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분양권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업소에서도 혼란이 일고 있다. K공인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을 두고 여기저기서 계약을 취소하자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분양권을 헐값에 내놓겠다는 매수자도 많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규제지역 지정 전 계약건에 대해 소급 적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와 1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피해자들은 인터넷 카페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12·18 조정 피해자모임’을 만들어 정부에 보완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보완책을 만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전에도 비규제지역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바뀌면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들을 따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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