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유명세 탔지만..스타트업 앞길 막힐 판" IT 업계 분노

김성훈 입력 2021. 1. 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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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의 사과에도 개인정보 유출 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스캐터랩은 전날 늦은 오후 사과문을 내고 "데이터 관리에 신중하지 못했다. 민감할 수 있는 정보가 노출된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으로 인해 인공지능 산업계 기업, 연구자, 파트너들께 누를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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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이루다 캐릭터 이미지. 스캐터랩 제공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의 사과에도 개인정보 유출 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법적·도덕적 문제를 가진 서비스가 초래한 문제들로 인해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자칫 각종 투자와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스캐터랩은 전날 늦은 오후 사과문을 내고 “데이터 관리에 신중하지 못했다. 민감할 수 있는 정보가 노출된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으로 인해 인공지능 산업계 기업, 연구자, 파트너들께 누를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회사는 사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시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캐터랩은 사용자의 카카오톡 대화가 포함된 이루다 개발 기록을 온라인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에 공유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개인정보를 걸러내는 필터링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데이터에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 1700여건 중 실명, 직장명 등 민감한 정보가 담긴 대화 20여건이 온라인 공간에 공연히 돌아다닌 셈이다.

사태 초기에만 해도 업계에선 “스타트업임을 감안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해내지 못한 챗봇 서비스”라는 식의 동정론이 나왔지만, 점차 이루다를 보는 시선은 차갑게 변하고 있다. 사용자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 절차가 일방적 안내 수준이었던 데다, 스캐터랩 직원들이 연인들 대화 데이터를 사내 메신저에 부적절하게 공유했다는 의혹도 불거지면서다.

각종 혐오·차별 발언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루다 서비스는 지난 12일 잠정 중단됐다. 스캐터랩 제공

업계는 이번 사태가 SNS 등에서 홍보 효과를 노린 스캐터랩의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20대 여대생 AI(인공지능) 캐릭터인 이루다에게 혐오를 부추기고 성적 대상화 하는 대화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는 것을 인지했지만 서비스 개선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4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업체가 서비스 설계·테스트 과정에서 혐오 표현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이번 기회에 유명세를 탄 이루다의 서비스가 재개되면 다시 많은 사용자가 몰리게 될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성공한 마케팅”이라고 비꼬았다.

이번 일로 투자가 줄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생겨날지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가 잘 이뤄지는 편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투자자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깐깐하게 들여다보게 될지 두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I 시장은 이제 막 ‘붐업’ 해야 하는데 이번 일로 규제와 압박이 생기면서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IT 업계의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절차에서 ‘포괄적 동의’를 관행처럼 이용해온 업계가 문제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업계 맏형격인 카카오는 차별과 증오발언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내용 등의 원칙을 내놓고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 측도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AI 서비스에 책임을 묻기 위해 법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서울 성동구 스캐터랩 사무실을 방문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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