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 자금으로 구급차 보내겠다는 韓 제안 거절"..현금 원하는 듯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 "우리는 동결된 돈이 필요하다"
"한국 대표단, 동결자금 해제하는 美 허가 받아 오겠다고 약속"
최종건, 카타르 정부에 선박 억류 해결 지원 요청
카타르, 최근 사우디 등과 외교 복원해 이란 고립 심화
한국 정부가 한국 은행에 동결된 이란 석유수출대금 문제를 풀기 위해 이란 측에 이 자금으로 구급차를 구매해 보내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정부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란 측은 인도적 물품이 아닌 현금을 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현지 시각) 한국에 동결된 이란중앙은행의 자금으로 구급차를 구매해 보내겠다는 한국 정부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바에지 실장은 "한국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동결자금과 구급차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라며 "이란은 구급차가 필요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를 겨냥한 (미국의) 경제 전쟁과 압박(제재)에 맞서 3년간 이 나라를 운영했다"며 "따라서 우리는 구급차 몇 대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한국에 동결된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그는 최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방문한 것에 대해 이란 외무부와 중앙은행이 한국 정부를 압박해 지난달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6일에도 한국 외교부 대표단의 이란 방문은 한국 선박 나포와 무관하다고 했다.
바에지 실장의 언급으로 미루어 최 차관은 이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코로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의약품과 의료 장비 등 인도적 물품을 보내고, 그 금액만큼 동결된 이란 자금을 상계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예금계좌에는 이란 자금 70억달러(약 7조6000억달러)가 예치돼 있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 2010년부터 이 계좌를 통해 물품 대금을 결제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를 파기하고 테러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 계좌가 동결됐다.
바에지 실장은 "한국 대표단은 (서울로) 돌아가 이란의 동결자금을 해제하는 (미국의) 허가를 받아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또 "이란은 한국이 이란의 동결 자산을 해제하지 못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예비 협정(preliminary arrangements)'을 체결했다"는 언급도 했다.
최 차관은 이란 방문 일정을 마치고 카타르로 출국해 지난 13일 카타르 에너지와 외교 분야 고위 인사를 만났다. 그는 카타르 무함마드 알사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 술탄 빈 사드 알무라이키 외무담당 국무장관과 면담하면서 "이란의 우리 선박 억류 사건 해결을 위해 카타르 측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차관은 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물자와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 재개를 포함해 카타르와 인접국 간 관계 회복이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아랍권 4개국은 3년6개월 넘게 카타르와 단교 상태를 이어오다가 지난 5일 사우디 북서부 알울라에서 열린 연례 GCC 정상회의에서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카타르와 아랍 4개국 외교관계 복원은 이란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대(對) 중동 전략 일환이다. 앞서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는 2017년 6월 이슬람 테러조직 지원, 이란과 우호 관계 등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GCC 정상회의 협정 서명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참석했다.
최 차관은 이란과 카타르 방문 일정을 마치고 14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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