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BTS? 낙선 각오해..필리핀 의회에 뿔난 아미들

이옥진 기자 2021. 1.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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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5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with 큐라프록스에서 방탄소년단(BTS)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의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 파벌 이름으로 방탄소년단의 영문 표기인 ‘BTS’란 이름을 차용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14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알란 피터 카예타노 전 필리핀 하원 의장은 최근 6명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의회 내 BTS’라는 모임을 조직했다. 이 소식은 12일 CNN필리핀에 보도되는 등 국내외로 알려졌고, 정식 발족은 14일 이뤄질 예정이었다.

카예타노 전 의장의 ‘의회의 BTS(BTS sa Kongreso)’의 구성원은 자신을 포함해 총 7명. 방탄소년단 멤버 수와 동일하다.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카예타노는 후임자인 알란 벨라스코 의장에 대항해 하원 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모임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회의 BTS’는 발족 전부터 큰 역풍을 맞닥뜨렸다. 방탄소년단 팬들이 소셜미디어 상에서 이 모임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필리핀 트위터에서는 ‘#CayetanoStopUsingBTS(카예타노는 BTS 이용을 멈춰라)’ 등의 해시태그가 유행했고, 관련 트위터 글은 수천 개 이상 게재됐다. 카예타노가 방탄소년단의 유명세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SCMP는 글 대다수가 스스로를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 소속이라고 밝힌 이들에 의해 작성됐다고 전했다. 일부 팬들은 2022년 필리핀의 차기 총선에서 카예타노에 대한 낙선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벨라스코 의장의 측근인 살바도르 도이 리천 수석 부의장은 “한국의 보이그룹 BTS의 인기를 타려고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알란 피터 카예타노 전 필리핀 하원의장. /페이스북

논란이 확산되자 카예타노는 성명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BTS란 이름을 쓴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BTS란 이름에는 의회 공직으로의 복귀(Back To Service Congress)라는 의미와 협력·용기·봉사(bayanihan, tapang, serbisyo)의 의미가 담겼다고 말했다. 카예타노는 “방탄소년단 팬들에게 불쾌감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인 카예타노는 2016년 필리핀 대선에서 두테르테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자신은 낙선했다. 두테르테는 2017년 그를 외무장관에 임명했고, 그는 외무장관을 지낸 뒤 2019년 7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하원 의장을 지냈다. 카예타노는 지난해 10월 후임인 벨라스코에게 의장직을 넘겨주는 것을 거부했다가 의회 투표로 벨라스코 의장 임명안이 인준되자 그제서야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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