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구조조정 이면의 난맥상

이석 기자 2021. 1. 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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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과 매출 증가율 각각 278.3%, 300.5%..당기순이익 171.1%로 절반 수준 그쳐

(시사저널=이석 기자)

이랜드그룹이 지난 40년간 고속성장한 데는 박성수 회장의 적극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랜드그룹의 모태는 지난 1980년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2평짜리 보세 옷가게 '잉글랜드'다. 중저가 브랜드 의류라는 개념이 전혀 없을 때였다. 박성수 회장과 여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은 중저가 브랜드인 '브렌따노'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언더우드' '헌트' 등 내놓는 브랜드마다 대박을 치며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다.

의류사업이 본궤도에 들어서자 박 회장은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1996년 뉴설악호텔(현 설악켄싱턴스타호텔)을 인수하며 레저사업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IMF 외환위기가 불거졌다. 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 회장이 M&A 행보를 재개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였다. 2003년 뉴코아 인수를 시작으로 2005년 NC백화점과 할인점인 킴스클럽, 2001 아울렛, SSM인 해태유통, 2006년 한국까르푸(홈에버), 2010년 동아백화점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2009년 전후로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와 한국콘도, 씨앤우방랜드(현 이월드)까지 인수해 그룹의 외형도 급속하게 커졌다.

2014년 7월 이랜드그룹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 천안 물류센터 부지에서 '이랜드 패션 물류센터' 준공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무리한 M&A로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

실제로 이랜드그룹이 처음 대규모 기업집단에 포함된 지난 2005년(공정위 발표 기준)까지만 해도 자산은 2조6100억원, 매출은 1조1390억원 수준이었다. 계열사 수는 12개로 재계 순위는 61위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이랜드그룹의 자산과 매출은 각각 9조8730억원과 4조5620억원으로 15년 만에 278.3%, 300.5% 증가했다. 재계 순위는 36위로 2005년 대비 26계단이나 상승했다.

하지만 고속성장의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무리한 M&A(인수·합병)로 그룹의 부채율이 한때 400%에 육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룹의 사업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마저 하락하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로 지난 15년간 이랜드그룹의 당기순이익은 1700억원에서 4880억원으로 17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산이나 매출 상승률의 절반 수준이다. 그룹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7년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형에 치중한 나머지 실속은 챙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 회장은 한때 '경매시장의 큰손'으로 불렸다. 지난 2011년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반지와 오슨 웰스의 오스카 트로피 등을 경매로 낙찰받았다. 2012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LA 다저스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박 회장은 재계에서도 소문난 '야구광'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소에도 야구 모자나 점퍼를 자주 입었다. 이런 팬심을 활용해 LA 다저스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남태평양 사이판의 퍼시픽아일랜즈클럽(PIC)과 팜스리조트 인수 때는 카지노 진출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랜드측 "구조조정 결과물 올해 나올 것"

이랜드그룹 측은 당시 박 회장이 고가 예술품이나 유명인들의 소장품을 수집한 이유를 신성장 사업과 연결 지었다. 그룹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은 패션과 유통에 이어 관광·레저사업을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계획하고 있다"면서 "(박 회장이) 경매에 참여하고, LA 다저스 구단을 인수하려 한 것은 단순히 팬심이 아니라 차세대 성장엔진의 킬러 콘텐츠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룹 신성장동력과 무관한 사업에 박 회장이 지나치게 힘을 쏟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랜드는 2008년 한국까르푸(홈에버)를 1조4800억원에 인수했다가 1000억원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홈플러스에 재매각했다. M&A 판이 펼쳐질 때마다 덤벼드는 이랜드를 두고 'M&A 중독'이라는 말까지 재계에서 나왔을 정도"라면서 "그 후유증을 지금 이랜드그룹이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랜드그룹 측은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2019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IB나 신용평가사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면서 "현재는 계열사별로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올해는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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