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전화 받지마".. 입막고 귀닫은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이창훈 2021. 1. 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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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3일 자정 무렵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출국이 제지 된 뒤 법무부 외국인·출입국정책본부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분주하게 입단속에 나섰다.

1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공익제보서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요청서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 소속 이규원 검사로부터 전달받아 접수한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은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성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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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긴급 출국금지 조치로 태국행 출국이 막히자 공항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당시 출국금지 조치가 불법적이었다는 공익제보가 제기돼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JTBC 캡처
“카톡 대화방 자제하세요, 기록 관련해서”, “삭제 바랍니다”, “모르는 전화 받지 마세요”

2019년 3월 23일 자정 무렵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출국이 제지 된 뒤 법무부 외국인·출입국정책본부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분주하게 입단속에 나섰다. 1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공익제보서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요청서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 소속 이규원 검사로부터 전달받아 접수한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은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성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였다. 

같은 날 오전 10시 35분 무렵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기록을 가장 많이 조회한 직원 A씨는 “모르는 번호 전화 받지 마라는데 내 업무 폰은 죄다 모르는 번호가 온다(흑흑)”이라고 메시지를 올렸다. A씨는 이어 5분 뒤 “근데 무서운 게 그런 것도 다 기사에 뜬다”며 “기자들 무서운 놈들”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김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를 사후 승인한 직후였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조만간 00님 이름도 나올 듯, 법무부 담당자라며^^”라고 답하기도 했다.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이 언론 취재를 두려워한 까닭은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전 차관이 전날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려다가 출국금지 때문에 발길을 돌린 사실이 이미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에서도 피의자가 아닌 내사자 신분의 김 전 차관이 긴급출국금지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강제 조사 권한이 없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이 지적됐다. 

직원 C씨는 “나는 기자단 전화 오면 똑같은 멘트 반복하겠지”라며 “대변인도 전화가 장난 아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A씨는 오전 11시 57분 무렵 “어제 밤새도록 과장님이랑 본부장님 핸드폰 불나게 전화 왔다고 한다”며 대응 방법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변인실 통해서만 (언론대응)하라고 얼핏 그런 거 같다. 모르는 전화 받지 마라”고 답했다. 

이들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보도한 기사의 링크를 공유하며 “밤낮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이버 난리네요ㅋㅋㅋ짝짝짝”이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한 직원은 업무가 거의 마무리된 3월 24일 오후 8시 무렵 “카톡 대화방 자제요, 기록 관련해서”라고 말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같은 해 4월 ‘출국금지정보 사전유출 의혹 관련 조사 결과’를 통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직원 5명이 출국 관련 기록을 조회한 횟수를 모두 확인하고서도 출국금지정보 유출 사안과 관련해 5명 모두를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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