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도 살인죄 적용" 거센 요구..공소장 변경 가능성은? [뉴스+]

이강진 2021. 1. 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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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양부도 양모와 공범" 국민청원 20만명 돌파
승재현 "사망 예견 가능했다면 아동학대치사 적용 가능"
검찰이 '예견 가능성' 입증할 증거 확보했는지에 달려
양부 측 "정인이 사망은 출근 후 벌어진 일.. 연관 없어"
정인이 양모 장모씨(왼쪽 사진)와 양부 안모씨. 뉴시스, 연합뉴스
‘정인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한 가운데 정인이 양부에게도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분노한 일부 시민들은 양모의 범죄 혐의가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으로 높아진만큼, 공범인 양부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양부가 정인이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을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면 그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정인이 양모 장모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이 장씨 혐의를 살인죄로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검찰은 정인이의 사망 원인을 ‘발로 밟는 등의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결론 짓고 “(장씨에게) 결국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장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 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주위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로 삼았다.

반면 정인이 양부인 안모씨에 대해서는 아내의 지속적인 폭행과 방치로 아이의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진 것을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적용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자 안씨에 대해서도 정인이 사망에 대해 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분출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정인이 양부는 양모와 공범입니다. 반드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합니다’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22만4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아버지가 아이가 죽어가는지조차 모르고 271일을 살았다면 그건 분명 방임이 아니라 아동학대치사를 한 것”이라며 검찰에 안씨에 대한 혐의 변경을 요청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 과정 등을 통해 안씨가 정인이의 죽음을 예견했을 만한 정황을 파악했다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시민들이 양모가 타고 있는 호송차량을 두들기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부가 (장씨의 범행에 대한) 예견 가능성을 갖는 시점, 예를 들면 사망 당일 아침의 상황이나 양모의 정신적 상태 그리고 지금까지 아이를 학대해 온 부인의 모습을 토대로 ‘아이에게 불행한 일이 있을 듯하다’라는 생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인이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채 범행 장소를 떠났다면, 양부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일 장씨가 정인이를 살해할 가능성을 안씨가 사전에 인지했다고 한다면, 그를 아동학대치사 공동정범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강도 사건의 공범자 중 1명이 범행 도중 피해자에게 폭행·상해를 가해 살해한 경우, 다른 공모자가 살인에 대해서는 공모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살인 행위나 치사의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던 경우가 아니면 강도치사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강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범행에 공모한 자들은 피해자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했다면 강도치사죄 혐의는 적용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연합뉴스
승 연구위원은 “(이번 사건) 양모에 대한 사실상의 죄명은 아동학대 살인이 맞다”면서 “우리 판례에 따르면 양부가 아동학대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와 ‘공동가공의 사실’이 있었고 (아내의) 살인에 대해 예견했다면, 아동학대 살인의 공동정범이니까 살인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예견 가능성만으로 살인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한다는 건 지나치기에, 판례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적어도 아동학대치사까지 성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씨에 대한 공소장 변경의 관건은 정인이 사망 당일 안씨가 장씨의 범행에 대해 예측 가능했는지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검찰이 확보했는지다. 공소 제기 후 검찰 수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승 연구위원은 “(검찰이) 그날 아침에 어떤 점이 있는지 등 조사 상황을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그 부분이 조사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양부모가 이미 피고인이 된 이상 수사기관이 예견 가능성 등을 입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법원이 이 부분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씨 측은 정인이 사망 사건은 당시 안씨가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온 이후 벌어진 것으로, 안씨와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안씨 변호인은 “안씨는 (정인이의 사망과) 연관이 없다”면서 “만약 안씨가 (정인이의 사망을) 예상했다면, 검찰이 방조 혐의 등을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안씨에 대해 적용한 혐의 중 정인이 사망 당일 범행한 것으로 특정한 혐의는 없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구체적인 행태나 행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다만 증거 상으로 (정인이의) 사망 부분에 대해서는 양부의 관여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안씨는 정인이가 장씨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당하는 것을 방치한 혐의 외에도 지난해 4월 정인이를 무릎에 앉혀 억지로 손뼉을 강하게 치도록 해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자동차에 혼자 둔 채 방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안씨 측은 “장씨가 자신의 방식대로 잘 양육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병원 데려간다고 바로 회복되거나 하지 않을 거라 집에서 잘 먹이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했을 뿐 방치한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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