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공매도 범위 놓고 갈등 빚는 금융위..내달 결론 나올 듯

정해용 기자 2021. 1. 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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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일부만 제한적 허용" vs "전면 허용이 바람직"

금융위원회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허용 범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법이다.

공매도가 자주 논란이 되는 이유는 형평성이다. 현재 구조는 증권사에서 주식을 대량으로 빌릴 수 있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이 개인들에 비해 공매도를 하기 유리하다. 금융위가 개인도 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러한 구조적인 불평등 때문이다.

공매도를 하려는 투자자들은 보통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다. 이때 증권사들은 주식을 수만 주씩 대량으로 빌려주는 것을 선호한다. 몇 주씩 소규모로 대주(貸株)를 해주면 이를 관리하는 비용이 대주 수수료보다 많이 들어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이 탓에 소규모 주식을 빌리려는 개인에게 대주 서비스를 하는 곳은 거의 없고, 기관이나 외국인에게만 대주를 해주는 증권사가 대다수다.

현실적으로 기관과 외국인만 공매도를 할 수 있다 보니 공매도 시장은 개인에게 불공평한 시장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다.

큰 틀에서 금융위는 증권사의 개인 대주 서비스 확대 등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하는 것에 찬성한다. 다만 공매도 허용범위를 놓고는 이견이 있다. 금융위는 모든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를 허용할 지, 특별한 조건을 갖춘 적격투자자에게만 공매도를 허용할 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9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위한 테스크포스(TF)에서 개인의 공매도 허용 범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오는 2월 최종 확정된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16일부터 공매도가 다시 시작되는데, TF는 그 전에 개인 공매도를 어떻게 허용할지를 정해야 한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공매도를 모든 개인에게 허용하지 말고 특정 조건을 갖춘 투자자에게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공매도를 모든 개인에게 허용할 경우 공매도 물량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고 전망한다. 금융당국을 총괄·대표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런 의견을 갖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사실은 개인이 안 갔으면(공매도 투자를 안 했으면) 좋겠다"라며 "개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투자 기회를 열어주돼 아무나 대차(주식을 빌리는 것)해서 공매도를 하는 것이 아니고 사모펀드처럼 최소투자금액이 3억원 이상이고 투자경험이 있는 전문투자자들, (공매도 투자에) 자신이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단 허용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등 손실 위험이 높은 투자를 할 때는 정부가 법으로 정한 최소투자금액(3억원) 등의 요건을 갖춘 투자자에게만 투자를 허용하는데 이런 방식을 개인 공매도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 위원장이 ‘개인적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개인 공매도의 위험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개인 공매도를 전면 허용해야한다는 측에서는 은 위원장의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는 모든 개인에게 허용하면서, 공매도에 대해서는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신용융자는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는 투자다. 공매도는 이와 반대로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파는 투자다. 투자의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투자자가 주가의 방향을 예측하고 매매를 한다는 점은 같다.

한 관계자는 "TF 내에는 모든 개인에게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위가 공매도 시장이 갖고 있는 특징을 고려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개인의 공매도를 어떤 식으로 주식 시장에 도입할 것인지 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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