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이탈리아 연정, 국민 '정치 혐오'만 짙어져

양소리 2021. 1. 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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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IV 정당, 연정 이탈
이탈리아 국민 70% "렌치 이해할 수 없다"
[로마=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치기 궁전 앞에 취재진이 대기 중인 모습. '생동하는 이탈리아(Italia Viva·IV)'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연정 해제 선언으로 이탈리아 정치는 또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탈리아 유권자 70% 이상은 '지금은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때가 아니다'며 '렌치 전 총리의 행동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2021.01.14.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주세페 콘테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연정이 위기에 몰렸다.

연정을 구성한 정당 '생동하는 이탈리아(Italia Viva·IV)'가 콘테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회복 방안 등을 놓고 등을 돌리면서다.

1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IV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연정 이탈 선언으로 이탈리아 정치가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전날인 13일 IV 소속인 테레사 벨라노바 농업장관과 엘레나 보네티 양성평등장관의 사임과 함께 내각도 갑작스러운 공백을 겪게 됐다.

현재 콘테 총리의 연정은 하원 629석 가운데 346석, 상원 315석 가운데 166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IV의 의석은 하원 30석, 상원 18석이다. IV의 이탈로 연정은 1석 차이로 과반을 유지했으나, 상원의 경우 과반 지위를 상실했다.

'허수아비' 콘테 총리, 세 번째 내각 이끌게 되나


2018년 5월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정당인 동맹 연정이 출범했을 당시 전국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는 변호사 겸 법학교수였던 콘테를 정계로 불러 총리 자리에 앉혔다.

당시 유럽 주요 매체들은 강력한 두 정당이 '허수아비'를 총리로 내세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무색무취에 가까운 콘테 총리는 혼란한 이탈리아 정국의 중심을 잡아냈고 2019년 8월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당시 부총리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연정에서도 다시 총리직을 수행하며 두 번째 임시를 시작했다.

올해 다시 연정이 무너진 상황에서 콘테 총리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임을 표한 뒤 정계에서 물러나는 것, 두 번째는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아 새로운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콘테 총리는 중도 성향 및 무소속 의원을 설득해 상원에서 18석이라는 IV의 공백을 메워내야 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주요 매체들은 콘테 총리가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거국 내각 구성을 명령할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정에 남은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새로운 총리를 앞세워 차기 내각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모든 가능성이 실패한다면 결국 의회를 해산시킨 뒤 조기 총선에 돌입해야 한다.

렌치 전 총리, 왜 연정 흔들었나

[로마=AP/뉴시스] '생동하는 이탈리아(Italia Viva·IV)'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로마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는 이날 주세페 콘테 총리와의 정책적 갈등을 이유로 연정과 결별하겠다고 밝혔다. 2021.1.14

렌치 전 총리는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경기 부양안을 놓고 지난 몇 달 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그동안 내각은 이탈리아에 할당된 2099억 유로(약 280조원)의 유럽연합(EU) 코로나19 회복기금과 유럽판 구제금융인 '유럽안정화기금(ESM)'의 투입을 위해 논의를 계속했다.

그 결과 지난 12일 이탈리아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경제 회복을 위해 2229억 유로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놓고 IV 측은 EU 지원 기금 역시 향후 갚아야 할 부채라는 점, 또 거대 규모의 구제 금융이 투입될 경우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사실상 이번 혼란은 재기를 꿈꾸는 렌치 전 총리의 정치 전략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2014년 정계 돌풍을 일으키며 역대 최연소 총리로 신임됐던 렌치 전 총리는 2016년 상원의원 수 감축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패배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9년 IV를 창당했으나 지지율은 3% 안팎을 벗어나지 못해 이젠 '한 물 간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그러나 정작 렌치 전 총리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Ipsos)가 13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탈리아 유권자 70% 이상은 '지금은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때가 아니다'며 '렌치 전 총리의 행동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마 라 사피엔자 대학의 마티아 딜레티 정치학 교수는 "렌치 전 총리의 전략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상당히 손해보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렌치 전 총리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국가가 원하는 것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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