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클래식>14세때 알프스 등반 추억이 37년후 걸작 교향곡으로 부활

기자 입력 2021. 1. 14. 14:30 수정 2021. 1. 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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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새해를 맞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음악회 일정이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의 세컨드 플레이스인 산장에 기거하며 창작 활동을 펼쳤고 이곳에서 그의 최대 걸작인 '알프스 교향곡'을 완성했다.

이 교향곡의 모티브는 슈트라우스가 매일 산을 바라보며 일었던 감상과 더불어 슈트라우스가 14세에 알프스를 등산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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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작곡가 슈트라우스

알프스 산장 짓고 작업 몰두

등산 단계 연결 교향시 형태

숲·들판 세세한 디테일 묘사

누구나 새해를 맞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강원도 정동진을 찾아 해돋이와 함께 새해를 계획하기도 하고 산의 정상에 올라 일출을 바라보며 새로운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필자는 며칠 전 올해 첫 등산을 했다. 비록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조용히 걸으며 진지한 신년 의례를 치르고 싶었다. 눈과 바람이 전부인 백지 같은 겨울 산에서 이루고 싶은 소원도 그리고 청량한 호흡과 함께 흰 눈밭을 걸으며 새로운 의지를 다져 봤다. 신년이 되면 낮은 뒷산이라도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산에서 꾼 꿈이 작심삼일로 그칠지라도 산이 주는 기운 덕에 힘차게 새해를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산을 좋아해서 아예 알프스에 산장을 짓고 매일 산세를 감상하며 작곡에 몰두한 작곡가가 있다. 1908년 오페라 ‘살로메’의 흥행으로 큰돈을 벌게 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뮌헨의 서남쪽 60㎞에 위치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 근사한 산장을 지었다. 음악회 일정이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의 세컨드 플레이스인 산장에 기거하며 창작 활동을 펼쳤고 이곳에서 그의 최대 걸작인 ‘알프스 교향곡’을 완성했다.

1911년 작곡 당시 슈트라우스의 건강은 좋지 못했다. 그토록 산을 사랑했지만 젊어서 앓았던 폐렴과 기관지염 때문에 산에 직접 오르는 것은 꿈꿀 수도 없었다. 이 교향곡의 모티브는 슈트라우스가 매일 산을 바라보며 일었던 감상과 더불어 슈트라우스가 14세에 알프스를 등산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1878년 14세의 슈트라우스는 뮌헨과 가르미슈 사이에 있는 무르나우에서 출발해 알프스 등반길에 오른다. 초행길의 어린 소년은 비탈길에서 넘어지기도, 숲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어둡고 거친 산길을 헤맸고 폭풍우를 만나 온몸이 흠뻑 젖기도 했다. 그렇게 12시간의 여정 동안 녹초가 된 슈트라우스는 우연히 농가를 발견하고 다행히 조난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 이튿날 슈트라우스는 산에서 체험한 장면과 감정을 음악으로 남기고 싶어 오랫동안 피아노 앞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의 생생한 감상은 약 30년 후, 교향시로 완성됐다.

‘알프스 교향곡’은 슈트라우스 자신이 교향곡이라고 명명했으나 22개의 소주제를 등산의 단계에 따라 5개 부분으로 매끄럽게 연결한 ‘교향시’의 형태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슈트라우스는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사운드를 위해 4관 편성 외에도 20개의 호른, 6개의 트럼펫, 6개의 트롬본, 오르간, 바람 소리와 천둥소리를 내는 기계 등을 추가해 대편성의 오케스트라로 구성했다. 이 작품은 “한 자루의 빗자루도 음악으로 완벽하게 묘사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슈트라우스의 최대 걸작으로 알프스의 위용뿐만 아니라 숲과 들판의 세세한 디테일을 음악으로 절묘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1915년 2월에 완성해 같은 해 10월 28일 슈트라우스 자신의 지휘로 드레스덴 궁정악단에 의해 초연됐다.

서주에서는 고요히 낮게 깔린 바순과 현악기에 의해 ‘밤의 동기’가 연주되며 어둠에 덮인 알프스의 밤이 묘사된다. 이어서 금관악기에 의한 웅장한 ‘산의 동기’가 등장하며 알프스의 위용을 서서히 드러내고 광활한 파노라마를 펼쳐낸다. 이후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강렬한 ‘태양의 동기’가 뒤따르면 마침내 만년설로 옷을 입은 알프스의 봉우리가 해돋이와 함께 그 선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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