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흥행 키워드 'SPAC'..'제2 테슬라' 루시드 상장 기대에 투자 열풍
'루시드 인수설' 처칠IV 사흘간 67%↑
'IPO 유망주' 투자하던 美 헤지펀드도
단기·안정성·수익성 매력 SPAC 투자
'사기의혹' 니콜라 등 투자 리스크 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처칠캐피털 IV (CCIV) 주가가 하루 새 18.75%급등해 1주당 16.72달러(약 1만9000원)에 거래를 마쳐 눈길을 끌었다. 회사는 전기차 테슬라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고급형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 인수설이 나날이 부각되면서 처음 관련 소식이 나온 지난 11일 이후 사흘 간 주가가 67% 뛰었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도 주가가 추가로 10.65%오른 18.59달러를 기록했다.
SPAC 인 처칠캐피털IV가 실제로 루시드 모터스를 인수·합병해 우회상장 시킬 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언급이 없는 상태다. 다만 루시드 모터스가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기업설명(IR) 담당자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관련 업무 담당자 등을 공개 모집한다는 소식이 13일 전해지자 회사가 실제로 증시에 입성을 코 앞에 두고 있으며 처칠캐피털을 통한 우회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 투자자들 기대가 쏠린 결과 주가가 급등했다.
처칠캐피털IV는 씨티은행 출신 월가 유명 투자자인 마이클 클라인이 세운 회사다. 클라인은 글로벌 시장 '큰 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루시드 모터스에 1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이끈 인물이다. 루시드 모터스는 테슬라 기술 담당 고위직 출신 피터 롤린스를 최고경영자(CEO)로 두는 등 테슬라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고급형 전기차 '루시드 에어' 를 올해 봄 소비자들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같은 날 또 다른 SPAC인 소셜캐피털헤도소피아 (IPOE) 주가가 3.58% 올라 1주당 19.11달러(약 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을 전후해 회사가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인 소파이를 인수해 우회상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시장에 흘러들면서 일주일 만에 주가가 57% 뛰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소파이는 '미국판 주택담보 대출' 모기지론과 개인 신용 대출, 카드·보험·예금 등 통합 금융 서비스를 해주는 온라인 기반 금융 스타트업이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출신 마이크 카그니와 이언 브래디 등 4명이 2011년 학자금 대출 스타트업으로 소파이를 공동 창업했는데 현재 사용자 수는 180만명이다. 지난 해 3분기(9~12월) 순 수입이 2억달러이고, 올해 전망치는 10억달러다.
SPAC은 실질적인 기업이 아니고 기업인수가 목적이기 때문에 서류 상에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른 바 '페이퍼 컴퍼니'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2~3년 내 관련 작업을 마무리 한 후 자동 소멸한다.
SPAC이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건 2019년 말 '민간 우주관광업체' 버진 갤럭틱(SPCE)과 '모바일 스포츠 베팅업체' 드래프트킹스(DKNG)가 SPAC을 통해 우회 상장해 주가가 급등하면서부터다. 이어 지난 해 우회 상장한 니콜라(NKLA)에 이어 전기차 제조업체 하일리온(HYLN)·피스커(FSR)도 폭등세를 보였다.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IPO 유망주'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신생 기업)을 찾아 나섰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뿐 아니라 헤지펀드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SPAC 투자에 뛰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000억 달러 기금을 운용하는 '장기 투자자' 사우디 국부펀드와 캐나다 연기금을 관리하는 알버타 투자, 온타리오 연기금도 SPAC 투자에 나섰다. SPAC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4분기에만 밀레니움·마그네타·글레이저·폴라 애셋·린덴 자문 등 8개 곳 이상의 기관 투자자들이 최소 10억달러를 SPAC에 투자했다.
안정성 측면에선 SPAC은 미리 투자 받은 자금 90%이상을 증권당국에 예치해둬야 하기 때문에 기업 인수에 실패해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원금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 SPAC은 다른 비상장 기업 인수에 성공하면 인수·합병 거래가 마무리 되면 상장 폐지되고, 인수에 실패해도 증시 상장 후 2~3년 안에 소멸해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가 되면 투자자는 원금과 SPAC 공모 가격을 기준으로 한 이자를 돌려 받을 수 있다.
SPAC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워런트를 행사하거나 그대로 두는 식으로 '인출권'을 행사할 수 있다. SPAC은 IPO할 때 통상 보통주에 더해 워런트(신주 인수권)를 발행해준다. 워런트는 비상장 기업 인수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합병된 기업 주식을 살 수 있는 일종의 신주인수권을 말한다.
수익성 측면에선 SPAC주 투자 열기 덕에 '치고 빠지기'식 매매에 따른 시세 차익도 높은 편이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를 보면 지난 해 4분기 39개 SPAC이 기업 인수를 발표한 날 당일 주가는 평균 5.4%올랐고 한 달 후를 기준으로 보면 16% 올랐다.
이 때문에 뉴욕대 마이클 오로게 법학교수는 "SPAC 투자는 '공짜 점심'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오로게 교수와 스탠포드 로스쿨의 마이클 클라우스너 교수가 2019년 1월~2020년 6월 동안 기업 인수·합병에 성공한 SPAC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헤지펀드들은 SPAC이 다른 기업 인수를 마무리하기 전에 주식을 매도해 11.6% 수익을 올렸다.
다만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있다. 웨스터체스터캐피털의 로이 베런 이사는"SPAC 세계에 거품이 낀 것 같다"고 지적한다. 국내외 대기업 투자를 받은 니콜라는 'SPAC 상장 흥행주'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지만 공매도 투자자 힌덴버그리서치가 '사기 의혹'을 폭로한 후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회사가 SEC와 미국 법무부 조사를 받게 되면서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GIC)와 사우디 국부펀드가 투자했던 멀티플랜도 지난 해 처칠캐피털을 통해 상장해 주목받았지만 공매도 투자자들의 의혹 제기 속 주가가 급락했었다. 다만 SPAC 투자에 뛰어든 리버노스캐피털의 패트릭 갤리 CEO는 "지금은 전례없는 유동성 장세 등 SPAC 투자에 완벽한 환경"이라면서 당분간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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