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뛰니 막걸리값도 뛰겠네

전재욱 2021. 1. 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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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용 국산쌀 한해 14%↑..저렴한 수입산 76% 급등
쌀원료 삼는 막걸리, 증류주, 과자 원가상승 요인
"아직 가격인상 없다"지만..장기적으로 압박 세질 것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쌀값이 오르면서 각종 쌀 가공품의 소비자 가격도 인상 압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막걸리와 과자류 등 생활밀착형 품목이 대부분이어서 현실화하면 장바구니 사정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

이달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 나라미까지 한해 14% 껑충

14일 농립축산식품부 고시를 보면, 올해 정부가 공급할 정부관리양곡의 2020년도산 국내산 쌀값(이하 가공용)은 40㎏(마대) 기준으로 11만3610원이다. 2020년 기준으로 2019년도산 같은 중량 쌀값은 9만9240원이었다. 정부관리양곡은 정부가 국내에서 사들이고 외국에서 수입한 쌀이다. 쌀값 안정과 식량 안보를 위한 목적이다.

연말마다 이듬해치 쌀값을 공표하는데, 이번에 1년 사이 최근 국내산 쌀 가격이 14.4% 상승한 것이다. 시중 쌀값이 도소매할 것 없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오른 영향이다. 지난해 장마 등 수해 영향으로 공급이 예전만 못한 탓이었다. 이런 흐름에서 정부관리양곡도 가격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눈에 띄는 것은 2019년도산 쌀값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오른 점이다. 쌀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이 하락하는 게 보통이다.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19년도 수확한 쌀의 40㎏(마대) 공급가격은 2020년 9만9240원에서 2021년 10만2250원으로 3% 상승했다. 쌀 관리비와 포장비용 등 부대비용이 상승한 탓이다.

시간차 두고 상승압박 세질 것

가공용 정부미 가격까지 오르면 생활 물가도 인상 압박을 받는다. 대표적인 제품이 술을 주원료로 삼는 주류다. 업계 추산으로 가공미 20% 가량이 주류 제조에 쓰인다고 한다.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등이 대표로 꼽힌다. 제조 공정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쌀로 지은 밥을 발효시켜 걸러내는 점에서는 같다. 쌀을 재료로 만드는 과자도 대표 쌀가공식품이다.

물론 쌀값은 술값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유통비와 포장비, 판매비 등 부대비용이 원료비를 압도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원료 가격 부담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쌀가공 업계 관계자는 “지금 쌀값 시세가 당장 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시간 차를 두고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아직까지는 가격 상승 압박이 세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장수 측은 “막걸리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업계 1위 서울장수가 가격을 올릴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화요’를 만드는 광주화요 관계자는 “쌀 가격이 인상돼 원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싼 수입쌀 푼다고 하지만

이런 우려를 고려해 정부는 올해 가공용 쌀 공급을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33만톤(t))보다 10%가량 늘린 36만t을 계획하고 있다. 국산보다 저렴한 수입산을 더 공급할 예정이다. 국산과 수입산은 지난해 각각 11만t과 22만t이었는데, 올해는 5만t과 31만t으로 잡아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부서 담당자는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상실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업체들이 가격이 저렴한 정부관리양곡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기보다,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산을 늘려도 가격 상승 압박을 피하기는 어렵다. 올해 정부관리양곡의 수입산 쌀값(40㎏ 기준)은 품종에 따라 최저 3만190원에서 3만9870원에 책정됐다. 지난해 같은 수입산 쌀값이 최저 1만9640원에서 최고 2만256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76%(최고가 기준) 급등했다. 수입쌀이 국내산 쌀보다 절대적으로 싸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싸다.

남도희 사단법인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수입쌀 가공제품은 농협이나 공공기관에 납품하지 못해서 유통에 애로가 있다”며 “정부가 쌀값 균형을 유지해야 하지만 쌀가공 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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