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 투자금 소송 파기환송.."드래그얼롱 재판단"(종합)

김재환 2021. 1. 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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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자금 확보 위해 투자회사와 계약
투자회사, 상장 등 무산되자 소송 제기
'드래그얼롱' 인정 여부로 1·2심 나뉘어
대법 "드래그얼롱 인정 안돼"..파기환송
"투자사도 드래그얼롱 협조 의무 있어"
"협조 방해했다고 법적효력 갖지 않아"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투자금 회수 등을 놓고 투자사들과 소송을 벌인 가운데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투자금 회수 권리가 인정되려면 투자자도 절차에 협조해야 하며, 상대방의 비협조가 있다고 해서 법적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오딘2 등 4개 투자사가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등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투자목적회사였던 오딘2, 하나제일호는 지난 2011년 기업공개(IPO) 등을 조건으로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계약 기한 내 IPO가 이뤄지지 않자, 오딘2 등은 자신들이 보유한 DICC의 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이 밖에 다른 투자목적회사인 시니안과 넵튠은 지난 2011년 코스닥 상장을 조건으로 두산캐피탈이 발행할 주식 약 800만주를 490억여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두산캐피탈은 중국 현지 법인인 두산중국융자조임유한공사(DCFL)의 지분 일부를 DICC에 매각했는데, 시니안 등은 헐값 매각으로 두산캐피탈의 투자 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오딘2 등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주식 매매대금 100억원을, 시니안 등은 두산연강재단이 1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의 쟁점은 투자사가 두산 측에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드래그얼롱이란 소수 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 대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팔도록 요구하는 권리를 뜻한다.

기업이 상장이나 인수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때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오는 계약을 맺으면서 드래그얼롱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투자자로서는 드래그얼롱이 투자금 회수를 담보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오딘2 등도 위 계약을 맺으면서 드래그얼롱을 포함시켰는데, 이 같은 권리가 인정되는지를 두고 1심과 2심 판단이 나뉘었다.

먼저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하며 두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오딘2 등은 자신들이 권리를 행사하는 즉시 드래그얼롱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발효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두산 측이 드래그얼롱의 행사를 방해했다는 오딘2 등의 주장도 인정하기 힘들다고 했다.

반면 2심은 오딘2의 주장을 받아들여 두산인프라코어가 1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오딘2 측에 매각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드래그얼롱의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봤다. 양측이 맺은 계약에 DICC의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 절차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방해 행위로 인해 오딘2 측의 드래그얼롱이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도 했다. 민법 150조 1항은 상대방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그것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두산캐피탈이 DCFL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시니안 등의 견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일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두산인프라코어가 오딘2 측에 자료를 제공하거나 DICC를 실사하게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인정했다. 다만 모든 자료 제공 요청이 정당한 것은 아니었으며, 오딘2 역시 드래그얼롱 행사를 위해 다른 매수예정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 협조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오딘2 측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했다고 해도 DICC의 지분을 누가 얼마에 매수하게 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곧바로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두산인프라코어가 자료를 일부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드래그얼롱이 효력을 갖춰 두산인프라코어가 DICC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두산캐피탈과 관련해서는 시니안 등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들이 작성한 계약서에 '두산 측 주주는 두산캐피탈로 하여금 DCFL에 대한 지분 비율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고 두산캐피탈이 시니안 등의 동의 없이 DCFL의 지분을 매각했으므로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외에 두산캐피탈의 신주 인수 과정에서 두산 측의 기망이 있었다거나 상장 등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시니안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드래그얼롱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 방안을 확보하기 위해 드래그얼롱 조항을 약정한 경우 계약 당사자들은 상호간에 협조 의무를 부담한다"면서 "협조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민법 150조 1항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을 분명히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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