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마무리..박근혜·조응천·수사팀 엇갈린 희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총 형량이 징역 22년으로 확정됐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박 전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의혹'의 발단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80억원과 추징금 2억원을,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했다.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 재판은 별도로 진행돼 먼저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이 복역해야 할 형량은 징역 22년으로 확정됐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 사건은 두 번의 대법원 재판을 통해 완전히 마무리됐다. 2016년 7월 미르재단 언론보도를 시작으로 불법 의혹이 불거진 지 4년6개월 만이다. '국정농단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특검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후 10일만에 구속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을 여러 번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하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이 구치소로 나가 '옥중조사'를 진행했고, 4월17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1심 재판만 1년 가까이 진행됐다. 재판 중반쯤 처음 발부된 구속영장의 효력이 만료됐고, 재판부는 검찰이 추가 기소한 혐의에 대해 새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며 재판불참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단도 전부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없이 재판을 진행해 1심에서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그 사이 국가정보원 특활비 상납 사건,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이 추가기소돼 별도로 재판이 진행됐다. 각 사건은 1심에서 징역 6년,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은 2심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국정농단 사건은 2심에서 징역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이 선고됐고 특활비 사건은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때까지 박 전 대통령이 복역해야 하는 총 형량은 징역 32년이었다.
국정농단, 특활비 사건 재판은 따로 대법원에 올라갔다가 파기환송심에서 합쳐졌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중 강요와 직권남용 혐의 일부를 무죄로 바꿔야 하고, 특활비 상납 사건 중 뇌물 혐의 일부는 무죄에서 유죄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유·무죄 판단을 변경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 사이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에도 풍파가 일었다. '국정농단' 수사로 문재인정부의 '개국공신'으로까지 불리웠던 '윤석열검찰'이 '조국 수사' 이후 배신자로 낙인찍히면서 박 전 대통령 수사팀 역시 지난 두번의 인사를 통해 좌천된 상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거듭되는 갈등 속에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및 직무정지 사태를 겪기도 했다.
특검과 검찰에서 박 전 대통령 수사와 공판 실무를 총괄해온 한동훈 검사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진천본원 등 1년에 세번 좌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날 한 검사장은 판결 직후 수사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수사팀은 특검, 검찰 수사부터 오늘 최종 사법판단이 있기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응천 의원은 6년 만에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조 의원이 박근혜정부 몰락의 신호탄을 쏜 사건에 휘말린 후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날 박 전 대통령과 정 반대의 결과를 맞게 됐다.
조 의원은 박관천 전 경정과 공모해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생산돼 보관 중인 대통령기록물 17건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 의원은 '비선 실세 의혹'의 발단이 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등을 보고받은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조 의원이 '정윤회 문건'의 유출을 박 경정에게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외부로 전달된 문건도 언론동향 등을 담은 것에 불과하며, 공무상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유출됐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봤다. 또 유출 의혹이 불거진 문건들은 모두 상부에 보고를 마친 뒤 제작된 사본으로, 보관 조치를 해야 할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조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의원은 이 사건에 휘말린 후 문재인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촛불정권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 문재인정부이 탄생한 후에는 당내 소장파 의원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한때 성심으로 모셨던 분에 대해 같은 날 확정판결이 내려지는지라 만감이 교차한다"며 "부디 건강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길고 긴 터널을 지난 만큼 앞으로도 더욱 진실과 헌법에 복종하겠다"며 "또한 소신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의정활동으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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