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식 앞두고 전운 감도는 워싱턴 호텔街..'도시 폐쇄' 주장도

박수현 기자 2021. 1.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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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현지 시각)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DC 일대의 숙박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6일 발생한 의회 난입 사태처럼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무리가 폭력 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은 대통령 취임식 즈음에 미 50개 주의 주도와 워싱턴DC에서 무장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CNN이 보도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FBI는 최근 타깃이 된 연방의사당에서도 17일부터 20일까지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시에는 주와 지방, 연방 법원청사와 행정부 건물들을 습격할 것이란 첩보도 들어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11일부터 24일까지 워싱턴DC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기관에 지원을 지시했다. 국방부 산하 주방위군사무국은 이번 주말까지 1만명의 주 방위군을 워싱턴DC에 투입하고, 필요할 경우 병력을 1만5000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연방 국립공원관리청(NPS)은 24일까지 워싱턴 기념탑 관람을 금지했다. 내셔널 몰과 링컨 메모리얼 내 도로와 주차장, 화장실 등 시설 접근도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취임식이 열리는 기간 워싱턴DC를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뉴저지주 방위군이 2021년 1월 11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인근에 집결하고 있다. /미 공군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이 열리는 다음주 워싱턴DC의 숙박 예약을 전면 취소하고 신규 예약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는 "워싱턴DC로의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당국의 요청과 그에 따른 호스트들의 우려를 반영해 내린 결정"이라며 2019년 인수한 호텔 예약앱 호텔투나잇에도 동일한 방침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예약 취소에 따른 비용은 전부 회사가 부담한다. 다만 장기 투숙객이나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방문한 경우는 예외로 둔다.

에어비앤비는 일부 회원들을 플랫폼에서 추방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라고 했다. 에어비앤비는 "무장 민병대와 증오 단체들이 워싱턴DC로 이동해 취임식을 방해하려 한다는 내용도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다"며 "이들 무리에 소속됐거나, 의사당 건물에서 벌어진 범죄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회원들의 계정은 모두 차단중"이라고 했다.

대형 숙박업체들은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 인근에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 힐튼그룹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워싱턴DC에는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공식 행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아는, 숙련된 직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메리어트그룹도 취임식에 공식 초대받은 고객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숙박 예약은 계속해서 유지한다고 했다.

하얏트그룹은 폭력 사태 우려에 대한 언급은 따로하지 않은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응하지 않는 투숙객은 퇴실시키거나 방문 기간 객실을 벗어나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회 난동의 주체로 지목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부분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있다. 때문에 그룹의 이같은 방침은 사실상 이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교적 저가의 객실을 제공하는 윈덤그룹도 워싱턴DC 인근 체인들에 "당국의 지침을 따를 것"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룹이 당국의 지침에 맞춰 경계 태세를 높일 경우, 총기 등 무기를 소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위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을 무단 점거하고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고 있다. /NBC

호텔 노조들은 아예 영업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DC 일대 7000개 호텔 직원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유나이트 히얼 로컬 25(Unite Here Local 25’이 대표적이다. 이 노조는 13일 성명을 통해 "노조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호텔 직원들은 목숨을 걸고 출근해서는 안 된다"며 "주 방위군 등 도시를 지킬 병력이 아닌 이상 취임식 기간 투숙객을 받지 말라"고 촉구했다.

의회 무단점거 사태 이후 생겨난 시민단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도시 자체를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셧다운디시(ShutDownDC)’를 조직한 알렉스 도드는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격 시위대와 같은) 고객들을 맞이하는 일이 얼마나 겁이 나는 일인지 하소연하는 호텔 직원들이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미 의사당에서 언제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또 "더욱이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겪고 있지 않는가"라며 취임식 이후 대규모 집단감염 가능성도 우려했다.

기업들과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워싱턴시 당국은 관련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바우저 시장은 "현재도 숙박업체들과 운영 방침을 공유하고 있다"며 "일부 호텔에 군 병력이 머물게 돼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고 있다. 시는 여행 자제 권고와 호텔 운영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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