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상법·4월 산안법 줄줄이..기업들 "차라리 한국 떠나겠다"

성기호 2021. 1. 1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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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 분리선임·3% 룰, 주총 비상
강화된 산안법 양형기준 4월 경 적용
7월에는 노조법·1월에는 중대재해법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한국 기업들이 휘몰아치는 ‘기업규제 퍼펙트 스톰’에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계의 지속적 호소에도 지난해 말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징벌 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집단소송법·징벌적손해배상제)의 입법도 다음 달 중 마무리된다. 여기에 다음 달 말부터는 각종 규제 법안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 기업들은 여지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패닉에 빠졌다. 일각에선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돼 기업의 ‘탈(脫)한국화’ 움직임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경제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발등의 불은 다음 달 말부터 시작하는 정기 주주총회다. 이번 주총부터 지난해 말 통과된 상법개정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했으며,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했다. 또 자회사 이사가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회사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됐다.

아시아경제가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70개 상장 계열사의 감사위원 임기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위원은 전체 188명 중 58명으로 나타났다. 비율로는 30.9%에 달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총 12개사 43명 중 17명이 임기 만료로 40%를 교체해야 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당장 새로 개정된 3%룰에 맞춰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오는 4월에는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양형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에 대한 기본 양형은 기존 징역 10월~3년6개월에서 2~5년으로 대폭 상향했다. 죄질이 좋지 않은 경우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까지, 다수범이거나 5년 내 재범을 저지른 경우에는 최대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 개정된 양형 기준은 공청회를 걸쳐 3월29일 전체 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한 달 이내 확정된 양형기준이 관보에 게재되면 그 이후부터 언제든 시행이 가능하다.

양형위의 형량 강화에는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까지 발생하는 시간적 공백을 메우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중대재해법은 법 공포 1년 뒤 시행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 유예를 뒀다. 하지만 산안법 형량 강화로 중대재해법의 3년 유예 공백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오는 7월에는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다. 법 시행으로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 또한 해고·실직자 등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도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해고자가 사업장 내에서 복직 투쟁 및 파업 등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에서는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대항권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단 한 가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이 최근 상법과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에 대한 보완 입법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도리어 규제 법안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 외부에서는 상법 개정안으로 투기세력이, 내부에서는 노조법으로 해고자들이 득세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규제의 시행 시기가 한번에 몰려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퍼펙트 스톰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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