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코로나19에..진흙과 바닷물로 배 채우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윤기은 기자 2021. 1. 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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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다가스카르의 한 아이가 영양실조 검사를 받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기후변화가 초래한 가뭄으로 인해 아프리카 대륙 옆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약 135만명이 굶주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진흙이나 바닷물을 먹으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식량 분배와 영양실조 치료를 위해 국제사회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WFP는 12일(현지시간) “마다가스카르 남부 지역의 인구 135만여명이 식량 부족으로 인해 지원이 필요한 상태이며, 식량 배분과 영양실조 치료를 위해 국제사회에 3500만달러(약 385억원) 긴급지원 요청을 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135만명은 마다가스카르 남부에 있는 3개구 인구의 약 35%에 달한다. 남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식물 뿌리나 잎사귀를 먹어왔으며, 심지어는 진흙으로 배를 채웠다. 가뭄이 극심한 암보봄베 지역의 한 주민은 알자지라통신에 “구걸에 실패하면 모래를 파서 먹을 게 있나 찾고, 모래 속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면 바닷물을 마셔서 배를 채운다”고 말했다.

식량 기근은 아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와 건강마저 앗아갔다. WFP는 남부 지역 어린이 약 75%가 학교를 결석하고 길거리에서 음식을 구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어린이들은 13만5000여명, 이 중 중증환자는 2만7000여명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WFP는 3년 동안 지속된 가뭄과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마다가스카르 식량 기근의 원인으로 꼽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로 마다가스카르 남부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았고, 농작물이 자랄 수 없었다. 농촌에 살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로 이동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침체돼 도시에서마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가계 소득이 줄어들었다. 민간통계회사 스태티스타는 2020년 마다가스카르의 실업률을 지난해에 비해 0.06%포인트 오른 1.83%로 집계했다. 국제연합(UN)은 “기후변화로 인해 마다가스카르 남부지역의 가뭄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는 인구의 75%가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에 해당한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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