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호를 LED 불빛으로..'집단지능' 비밀 밝힐 연구장치 개발

뇌 활동과 행동 동시 관찰하는 무선 뇌파측정·분석기술 구현
외부 공격에 대한 집단방어 행동의 뇌과학적 원인 발견 기대

거미 로봇을 만난 생쥐들의 뇌에서 경계신호가 발생하자 LED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KIST 제공

개미나 꿀벌은 혼자 행동할 때보다 집단이 모이면 더 큰 힘을 발휘하지만, 그 원리는 뇌과학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군집 뇌 연구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뇌과학연구소 최지현 박사팀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이성규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의 뇌를 눈으로 보면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뇌신호를 실시간 감지해 빛의 반짝임으로 나타내는 프로세서와 LED를 집적시킨 무선 뇌파 측정·분석시스템 'CBRAIN'(Collective Brain Research aided by Illuminating Neural activity)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반딧불이 무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반짝거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뇌 신호를 실시간 감지해 반딧불이처럼 LED 불빛을 반짝이게 하고, 이를 통해 뇌 활동을 생중계해 동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최지현 박사팀은 CBRAIN을 활용해 생쥐 무리가 자기 몸집보다 큰 거미 모양 로봇에 대항하는 모습에서 위협 상황에 발현되는 집단 행동을 연구했다. 공포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한 부분인 기저측편도체에서 발생하는 경계신호에 맞춰 빛을 깜빡이도록 한 후 거미 로봇의 공격에 혼자 대항할 때와 동료들과 같이 대항할 때의 차이를 딥러닝 등을 활용해 분석했다.

실험 결과, 거미 로봇을 우리에 넣는 순간 쥐들에게 부착된 CBRAIN 시스템의 LED가 동시다발적으로 점등됐는데, 8마리가 무리 지어 있으면 1마리만 있을 때보다 경계신호 발생 빈도가 감소했다. 또한, 무리 바깥쪽의 생쥐들은 강한 경계신호를 나타내는 반면 안쪽의 생쥐는 평온한 때와 차이가 없는 경계신호가 관찰됐다. 동료와 같이 있으면 경계신호가 줄고 긴장이 누그러지는 사회적 완충 효과로 풀이된다.

김지수 학생연구원은 "거미 로봇을 우리에 넣는 순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이 점등되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이 불빛에 매료돼 유학 계획을 미루고 KIST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지현 KIST 책임연구원은 "CBRAIN 시스템은 뇌신호를 빛의 반짝임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뇌과학자뿐 아니라 생태학, 통계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어 타 분야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CBRAIN을 인간의 사회적 뇌 연구에도 적용해 사회성 연구와 뇌질환 치료에 활용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집단지능의 원리를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선행융합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KIST 주요사업, ETRI 주요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