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주가 3000시대 오히려 늦은 편이다

기자 2021. 1.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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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코스피 급등 긍정 측면 더 많아

5000兆 빚에 反기업 정책 부담

그래도 고평가로 보기 힘들어

주가 2000 돌파 뒤 13년 반 걸려

성장률보다 낮은 3.05% 수익률

‘빚투’ 피하고 분산 투자가 중요

종가를 기준으로 코스피(KOSPI) 주가지수가 지난해 3월 최저점인 1439를 찍은 지 채 일 년도 안 돼, 올해 개장 후 4일째에 3000을 훌쩍 넘어섰다. 불어난 코스피 시가총액만큼 국부(國富)가 늘었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기금 수익이 늘어나 연금의 안정성에 보탬이 됐다. 지난해 대규모로 주식 매수에 나섰던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도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주가 급등은 그 원인을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과 국내 경제 여건 및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반영에서 찾으면 별일 아니다. 하지만 급등 장세가 저금리와 약달러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심리와 부채로 마련한 자금이 증시에 몰리는 유동성 때문이라고 하면 경계의 대상이 된다.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는 가파르게 상승해 5000조 원에 가깝다.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국면으로 전환되면 과도한 부채로 쌓아 올린 자산 버블은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 30년 전의 일본 사례까지 들먹이며 시장에 경고하는 근거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기업가 정신과 투자 의욕을 억누르는 반(反)기업법이 줄줄이 쏟아지는 터라 주가 급등으로 실물과 금융시장의 동행성이 약해졌다는 주장도 가세한다.

지난해 심한 롤러코스터를 탄 주가를 보면 주식 투자는 매우 위험하며, 얼핏 실물경제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인다. 종가 기준으로 처음 3000선을 넘은 날,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즐겨 사용한다고 알려진 버핏지수(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가 108%를 넘어 고평가 영역인 100% 이상에 들어섰다고 한다. 더 일반적으로는 현재 주당이익 또는 주당장부가치 대비 주가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라 고평가 단계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고평가라고 단정하긴 이르다. 이런 지표들에서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분모 값들이 같더라도 국내 산업이 ‘사양’에서 ‘성장’ 위주로 재편돼 시장이 미래 실적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본다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므로 지표가 높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다.

주가지수의 장기적 추세를 보면 3000대 진입이 오히려 늦은 편이다. 지수가 3000대에 올라서기까지 1998년 외환위기 때는 270선으로 내려앉기도 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100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오랫동안 주가가 오르내리는 박스 장세도 거쳐 왔다. 코스피가 2000선에 처음 올라선 게 2007년 7월 25일이니 3000까지 13년 반이 걸렸다. 이는 매년 3.05%의 수익이 꾸준히 난 셈으로, 같은 기간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약간 낮다. 코스피가 1989년 3월 말에 1000선을 처음 넘어서 3000선을 넘기까지는 거의 32년이 걸렸다. 매년 3.5% 정도의 수익을 낸 셈이니 실물경제를 앞선다고 보긴 어렵다.

주식투자자가 각자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거래하다 보면 정보가 현재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기에 거래 시점에 알지 못하는 정보로 미래 주가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앞으로 증시가 내림세로 돌아설지, 상승세를 이어갈지, 당분간 횡보할지는 알 수 없다. 지금의 주가지수나 과거의 주가지수 패턴과 상관없이 주가의 향방은 모른다고 하는 게 솔직하다. 증시의 위협 요인은,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에다 투자철학과 투자정책에 대한 고민도 없이 군중심리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해 빚까지 내서 무작정 주식을 매수했다가 시장이 불안해지면 서둘러 투매에 동참하는 행태다.

우리의 투자 문화도 경제력과 주가지수 수준에 걸맞게 성숙해야 한다. 기업이 영속성을 가지고 직접 투자하듯이 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도 장기 운용이 가능한 여유 자금으로 길게 가야 한다. 빚으로 마련한 자금은 장기 투자가 어렵고, 하락 국면에서 매각을 강요받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투자자산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전문적 지식이 없다면 개별 종목보다 산업 또는 지수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 개별 종목 투자의 불필요한 위험을 줄여야 한다. 자본시장의 역사는, 위험자산일지라도 분산투자를 적절히 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급등락을 피할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안전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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