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정치권, 돈 쓰기보다 돈 벌기에 더 치열한 논쟁해야

2021. 1. 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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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은 제4차 재난지원금 지급방법으로 논쟁 중이다. 전 국민 혹은 선별적으로 할까다. 4차 지원금은 지급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벌써 야단이다. 1차 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했었지만 2차와 3차는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재난지원금은 이름 그대로 재난을 받은 사람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다. 현 시국은 이런 돈쓰기의 방법으로 논쟁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민이 고난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이 재난을 받은 것은 아니다. 물론 정신적·물리적으로 고통을 받는 국민은 많겠지만 오히려 돈을 많이 번 국민도 있다. 이런 점에서 국가 차원에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금전적 지원을 하자는 주장에는 여러 이유로 곤란한 점이 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주장과 논리적으로 상반된 점이 있다. 이익공유제는 불합리가 많은 논란이기는 하지만 그 전제는 코로나 시국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재난을 당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번 국민은 재난당한 국민에게 자발적으로 사회적 기여를 하자는 취지다. 이익공유제가 이런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익공유까지 할 수 있는 국민에게 세금 혹은 국가부채를 동원해 조달된 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하자는 것은 난센스다. 이익공유제는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혜자는 궁극적으로 주주 등 국민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없다. 이익공유제를 주장하면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권창출 및 유지를 위한 정치적 목적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지적을 받을 여지가 크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은 초과누진세율로 부과되는 세금 원리와도 상반되는 논리다. 세입에서 세금은 부자일수록 더 높은 세율이 부과되는 초과누진세율의 체계를 갖는 것이 현대의 세금원리다. 그러나 세출에서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동일 금액으로 나눠주는 것은 저소득자일수록 불리하게 하는 것이기에 세금의 초과누진세율의 세금 원리와 역행한다. 즉, 세금은 저소득자에게 유리하게 하면서, 오히려 재난지원금은 저소득자에게 더 불리하게 하는 것은 상호논리적으로 상충된다. 재난지원금의 지급 과정에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를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행정상의 제약이 있더라도, 이는 세금에서도 있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아니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혹은 선별적으로 지급할 것인가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한가한 논쟁이다. 재난지원금은 재난당사자주의에 따라 선별 지급을 하면 된다. 코로나 시국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저소득자에 대한 긴급 구제이며, 이와 동시에 국민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벌게 해 먹여살릴 수 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저소득, 영세사업자의 어려움을 물론이고, 젊은이는 취업 기회를 완전히 상실해 사회생활에서 세대블랭크가 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이를 해소하려면 민간경제를 살려야 한다. 국가경제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업에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어긋나는 각종 규제와 조세는 철폐해야 한다. 최근 상법 및 법인세법의 개정 등을 통해 글로벌 추세에 어긋나게 규제를 강화하고 법인세를 올렸는데, 이는 기업을 옥죄게 됨으로써 국가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3개 세금이 전체 국세의 81%를 차지한다. 국가경제가 살아야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 복지재원인 세금이 늘어난다. 정치권은 돈 쓰기에 시간을 소모하지 말고 국가경제를 살리는 각종 돈 벌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초고령화와 인구절벽 등으로 인한 복지 수요의 급등을 대비하기 위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을 키워 국가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세금으로 돈 쓰기는 쉬워도 국민의 먹거리를 위한 돈 벌기는 매우 어렵다. 국민이 돈 벌 수 있는 전략을 내놓고 치열한 논쟁을 하길 기대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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