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의 거장 김영택화백 별세, 개인전 1주일 앞둬 안타까움 더해
[경향신문]
·특유의 초정밀 펜화로 한국 건축문화재 가치 드높여
·“개인전은 예정대로 20일 개막해 진행” 유족들
한국 펜화의 거장인 김영택 화백이 13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김 화백의 타계는 특히 오는 20일부터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화업 30년을 돌아보는 펜화 개인전을 앞둔 상태여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인은 고궁과 숭례문, 탑, 전국 주요 전통사찰의 전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건축문화재를 특유의 세밀한 펜화로 담아내 문화예술계는 물론 대중적 주목을 받았다.
0.05㎜ 안팎의 세밀한 펜촉으로 도화지 한 장에 50만~80만 번의 선을 그어 완성되는 펜화는 고도의 표현력과 집중력, 엄청난 노동력이 요구된다. 서구의 기록 펜화를 한국적으로 정립시킨 고인의 펜화는 그 정밀함으로 보는 이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건축문화재 미학을 드러내고 그 가치를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 출신인 고인은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숭실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제일기획, 대한항공, 나라기획 등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1977년 종합디자인 회사인 홍인디자인그룹을 설립했다. 제품 디자인을 비롯해 건축디자인 등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1993년에는 국제적 권위의 ITC(국제상표센터) 선정 ‘디자인 앰배서더’에 오르기도 했다.
유명 디자이너이던 고인은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옛 펜화를 접하면서 세밀한 기록화로서의 펜화에 매혹됐고 이후 펜화가로 전향한다. 독학으로 펜화를 연구하고 전국의 주요 전통 건축문화재들을 하나씩 담아냈다. 화재로 소실됐던 숭례문의 1910년대 전경을 비롯해 광화문, 통도사, 미황사, 해인사 일주문, 밀양 영남루, 경주 불국사 다보탑 등이다. 일부 건축문화재는 현재 모습의 재현을 넘어 고증 등을 통해 온전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한국펜화가협회장을 맡는 등 펜화의 활성화에도 힘을 쏟았다. 고인의 아들인 김한열씨는 “아버님은 개인전 개막식에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꼭 참석하시려 했다”며 “전시회는 예정대로 국내외 건축문화재를 담은 대표작 40여 점으로 구성돼 열린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종란씨와 아들 한열(하나사인몰 대표)·준범(필코리아)씨와 딸 문선씨가 있다. 빈소는 인천 청기와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5일 오전이다. (032)583-4444.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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