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코카콜라보다 맛있고 싸다고 잘 팔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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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위상을 위협할 신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당신에게 이 막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말(馬)이 휘발유로 가지 않듯 인간의 마음도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설명에서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 사람의 소비 행동은 논리나 이성보다 무의식과 충동 같은 심리학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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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서덜랜드 지음, 김영사 펴냄
'코카콜라의 위상을 위협할 신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당신에게 이 막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뭐라고 답하겠는가. '콜라보다 맛있으면서 원가는 낮춘···'으로 시작하는 접근이라면 더는 들을 필요가 없겠다. 그런데 이런 답변이 나온다면 어떨까. "진짜 비싼 음료를 한번 팔아보죠. 엄청 작은 캔에 담고, 약간 역겨운 맛도 내고요."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해서 대성공을 거둔 회사가 있다. 이 황당한 전략으로 코카콜라에 필적하는 제품이 된 주인공은 전 세계 시장에서 매년 60억 캔 넘게 팔리는 에너지 음료 '레드불'이다.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나? 말이 된다. 소비 시장에 합리성, 상식 같은 논리적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면 당신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경쟁에서 이미 뒤처졌는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광고·홍보 전문가이자 행동경제학 심리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신간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의 서문에서 이 책의 대전제로 '소비 시장이 합리적으로 돌아간다는 착각을 버리라'고 못 박는다. '말(馬)이 휘발유로 가지 않듯 인간의 마음도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소비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행동 경제학, 심리학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이들 설명에서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 사람의 소비 행동은 논리나 이성보다 무의식과 충동 같은 심리학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논리에는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칙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일관되게 행동하지 않기에 이런 법칙을 넓게 적용할 수 없다. 현실은 보편 타당한 법칙이 아닌 맥락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마케팅 연금술의 규칙'은 ▲평균을 추구하지 마라 ▲모두가 논리를 따질 때 나도 논리적인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리적인 답이 있었다면 벌써 찾았을 것이다 ▲비상식적인 것들을 테스트해보라, 남들은 아무도 안 할테니 등 생각의 관점을 아예 바꿔야 하는 내용들이다.
풍성한 사례들은 이런 연금술이 '보기만 좋은 떡'이 아님을 증명한다. 예컨대 제과 회사 베티크로커는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어 상품의 가치를 끌어 올렸다. 이 회사는 물에 섞어서 굽기만 하면 되는 케이크 분말을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너무 만들기 쉬워서 속임수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게 매출 부진의 이유였다. 위기의 순간 회사가 선택한 연금술은 고객의 기여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케이크 분말에 물과 계란도 넣어야 한다'며 더 귀찮고 번거로워진 사용법을 홍보하자 놀랍게도 상품 판매량이 급증했다.
앞서 언급된 레드불은 플라시보 효과를 이용해 고객의 무의식을 '해킹'한 성공 사례로도 언급된다. 사실 레드불은 비싸고, 맛도 별로다. 하지만 이 이상한 특성이 오히려 '진짜 강력한 효과'를 담고 있다는 암시를 준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일한 칵테일에 각각 보드카, 과일 주스, 레드불이라는 라벨을 붙여 사람들에게 마시게 하는 실험을 한 결과, 레드불 칵테일을 마신 사람들이 남들보다 더 빨리 취했다.
회사 입장에선 많이 억울한 이유로 실패한 사례도 소개했다. 영국의 초콜릿 제조업체 캐드버리는 대표 상품인 초콜릿 바 모양을 바꾸면서 곤욕을 치렀다. 각진 초콜릿을 둥글게 만들었을 뿐인데, 고객들은 맛이 바뀌었다면 불만을 쏟아냈다. 모양이 매끄러우면 같은 음식도 달게 느껴지는 지각의 '오류' 때문이었다.
소비자의 취향과 변덕, 시장의 유행이라는 게 시시각각 바뀌는 요즘, 기존 전략으로는 뭐든 팔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생생한 현장 사례와 전문가의 노하우, 소비자의 의사 결정 원리는 마케팅·홍보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1만 8,8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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