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펜촉으로 우리 문화재 옛 모습 수백점 남겨

정상혁 기자 2021. 1. 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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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화가 김영택 암 투병 중 별세
해남 금강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지난 2019년 당시 김영택 화가. 이곳 대웅보전을 그린 펜화가 옆에 놓여있다. /김영근 기자

펜화가 김영택(76)씨가 대장암 투병 도중 13일 별세했다.

홍익대 미대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고인은 1972년부터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며 고구려 벽화 및 조선 백자 등을 소재로 활용했다. 1993년 국제상표센터 ‘디자인 앰배서더’ 칭호를 받을 정도로 인정받는 디자이너였다. 그러다 1994년 프랑스 파리에 들렀다가 루브르박물관에서 서양식 건축물을 세묘한 펜화를 접한 뒤 크게 감명받고 나이 오십에 펜화의 길로 전향했다. 생전 그는 “우리 문화재를 펜화로 기록해 알리자는 마음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독학으로 펜화를 익히고, 풍경을 담으려 전국을 답사했다. 펜촉을 사포로 갈아 0.05㎜ 굵기로 만든 뒤 종이 위에 수십만번 선을 그어 펜화 수백점을 남겼다. 양산 통도사, 해인사 일주문, 황룡사 9층 목탑, 금강산 신계사 등 전통 건축물을 재현했다. 특히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1910년대 전경 등 우리 건축 문화유산의 옛 모습을 펜화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펜화가협회장을 지냈다.

항암 치료 중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고인의 화업 30년을 결산하는 마지막 개인전이 2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빈소는 고향에 차려졌다. 인천 청기와장례식장, 발인 15일 13시. (032)583-4444

펜화가 김영택이 2007년 남긴 '금강산 보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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